해남서 6급 조사관, "직원들 닦달한다고 신뢰도 높아지지 않아"
국세청, "속 시원하다"VS "돌출행동 자제했어야…" 팽팽
일선 세무서 6급 직원이 최근의 국세행정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비판을 담은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게재, 한 동안 술렁였다. 이 글은 지난달 19일 게재된 후 직원들의 폭발적인 조회가 이어졌고, 이후 21일경 게시자 본인이 직접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글 삭제 이후 국세청 내부에서는 글을 읽은 직원들이 많은 만큼 이 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회자되기 시작했으나 내용의 민감성으로 인해 외부로의 전파는 매우 자제돼왔다. 그러나 최근 이 글의 내용이 일부 바깥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남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는 김 모 조사관(6급)은 지난달 19일 '국세행정에 대한 나의 고언'이란 제목으로 A4용지 3장 반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김 모 조사관은 이 글을 통해 국세행정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 "국세청 세무조사,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비판의 표적은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세무조사 쇄신방안'에 맞춰졌다. 김 조사관은 특히 민간위원들이 참여한 '조사대상 선정 심의위원회' 출범 등을 포함한 세무조사 쇄신방안과 친박연대 비례대표 당선자인 양정례 의원 일가(一家)에 대한 심층세무조사를 연계해 비판했다.
그는 "세무조사는 국세청 고유의 권한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세무조사에 대해)타협이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국세청이 나서서 세무조사 권한을 포기하듯 민간인이 참여한 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간섭을 받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간인에게 세무조사 권한을 다 내어주는 듯 선심을 쓰면서 친박연대 양정례 일가의 세무조사는 어떻게 그렇게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는 국민의 신뢰도나 국세청의 신뢰도가 향상되지 않는다"며 "국세청 고유의 권한인 기업 탈세를 철저히 응징하는 등 국세청이 강한자, 약한자 모두에게 공평무사하게 세법을 집행하고 있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국민의 신뢰도, 국세청의 신뢰도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세청 신뢰도, "직원들 닦달한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최근 국세청의 최대 화두중 하나인 '신뢰도'와 관련해서도 김 조사관은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일단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근본적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국세행정을 펼쳤던 까닭"이라며 "또한 잊어 버릴만 하면 터지는 국세청 수장(제대로 그만 둔 사람이 없음)을 비롯한 고위직들의 비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근본 원인들은 뒤로하고 그저 직원들만 닦달한다고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 그 것은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도 달았다. 그는 "국세청은 세입이 가장 큰 업무이다. 세입을 위해 세무조사도 운영되고 있고 세원관리도 자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지자체 사회복지과 직원의 일을 우리가 하려 든다면 이건 사회공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국세청이 나서서 욕을 먹겠다고 자처하면 어떻게 하나"= 김 조사관은 이 같은 최근의 국세행정 동향과 관련해 "이는 국세청이 나서서 욕을 얻어먹겠다고 자처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김 조사관은 "세무조사에 민간인을 참여 시키겠다 해놓고 누구에게는 '벌떡수'를 두고 느닷없이 신뢰도 10%향상이니 뭐니 떠들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박수를 쳐줄지 모르겠다"며 "고아원에 가서 페인트칠하고 소년소녀 가장 도운다고 하면 국민들이 '그래, 세무서 직원들 참 잘한다'고 박수를 쳐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뢰도 제고'의 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는 "정권이 호들갑을 떨더라도 국세청은 의연하게 정책들을 검토하고 잘된 행정은 지키고 잘못된 행정은 신중하게 바꿔 국민들이 피로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묵묵하게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도록 될 수 있으면 다른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좋은 사회공헌을 왜 군사정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는 하지 않았나, 그것은 세입보다 중요한 업무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이)세입을 잘해서 세출이 복지에 쓰이면 그것이 곧 복지, 사회공헌"이라고 김 조사관은 강조했다.
□ "속 시원하다"vs"돌출행동 자제했어야…"= 이 글과 관련해 국세청 내부에서는 그 동안 암암리에 글 내용과 글을 작성한 이에 대한 성토가 이어져 왔다.
현재는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지만 글이 담고 있는 비판의 대상이 '민감한 부분'에 까지 미쳐 있다는 측면에서 물밑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국세청 일각에서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국세청의 폐쇄적인 조직분위기에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생각을 하기가 힘들다"며 "많은 직원들이 글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세청의 직원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전시행정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며 "고위직들의 비리로 인해 추락한 신뢰도를 직원들의 사회봉사 활동으로 만회하려는 것은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려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직원 한 사람의 돌출행동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김 조사관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한창 변신을 꾀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국세행정에 대해 누구나가 다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절대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감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조직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조사관의 비판글 내용과 관련해 국세청은 "직원 개인의 의사표현에 불과하다"며 일체의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또 "세무조사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국세청, "속 시원하다"VS "돌출행동 자제했어야…" 팽팽
일선 세무서 6급 직원이 최근의 국세행정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비판을 담은 글을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게재, 한 동안 술렁였다. 이 글은 지난달 19일 게재된 후 직원들의 폭발적인 조회가 이어졌고, 이후 21일경 게시자 본인이 직접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글 삭제 이후 국세청 내부에서는 글을 읽은 직원들이 많은 만큼 이 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회자되기 시작했으나 내용의 민감성으로 인해 외부로의 전파는 매우 자제돼왔다. 그러나 최근 이 글의 내용이 일부 바깥으로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해남세무서에 근무하고 있는 김 모 조사관(6급)은 지난달 19일 '국세행정에 대한 나의 고언'이란 제목으로 A4용지 3장 반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김 모 조사관은 이 글을 통해 국세행정에 대한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냈다.
□ "국세청 세무조사, 스스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 비판의 표적은 최근 국세청이 내놓은 '세무조사 쇄신방안'에 맞춰졌다. 김 조사관은 특히 민간위원들이 참여한 '조사대상 선정 심의위원회' 출범 등을 포함한 세무조사 쇄신방안과 친박연대 비례대표 당선자인 양정례 의원 일가(一家)에 대한 심층세무조사를 연계해 비판했다.
그는 "세무조사는 국세청 고유의 권한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세무조사에 대해)타협이나 간섭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전제한 뒤 "그런데 국세청이 나서서 세무조사 권한을 포기하듯 민간인이 참여한 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간섭을 받겠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간인에게 세무조사 권한을 다 내어주는 듯 선심을 쓰면서 친박연대 양정례 일가의 세무조사는 어떻게 그렇게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해서는 국민의 신뢰도나 국세청의 신뢰도가 향상되지 않는다"며 "국세청 고유의 권한인 기업 탈세를 철저히 응징하는 등 국세청이 강한자, 약한자 모두에게 공평무사하게 세법을 집행하고 있는 기관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국민의 신뢰도, 국세청의 신뢰도를 증대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세청 신뢰도, "직원들 닦달한다고 높아지지 않는다"= 최근 국세청의 최대 화두중 하나인 '신뢰도'와 관련해서도 김 조사관은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일단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린 근본적 이유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국세청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은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국세행정을 펼쳤던 까닭"이라며 "또한 잊어 버릴만 하면 터지는 국세청 수장(제대로 그만 둔 사람이 없음)을 비롯한 고위직들의 비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근본 원인들은 뒤로하고 그저 직원들만 닦달한다고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란 생각을 했다면 그 것은 오판"이라고 강조했다.
국세청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의견도 달았다. 그는 "국세청은 세입이 가장 큰 업무이다. 세입을 위해 세무조사도 운영되고 있고 세원관리도 자리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지자체 사회복지과 직원의 일을 우리가 하려 든다면 이건 사회공헌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 "국세청이 나서서 욕을 먹겠다고 자처하면 어떻게 하나"= 김 조사관은 이 같은 최근의 국세행정 동향과 관련해 "이는 국세청이 나서서 욕을 얻어먹겠다고 자처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김 조사관은 "세무조사에 민간인을 참여 시키겠다 해놓고 누구에게는 '벌떡수'를 두고 느닷없이 신뢰도 10%향상이니 뭐니 떠들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박수를 쳐줄지 모르겠다"며 "고아원에 가서 페인트칠하고 소년소녀 가장 도운다고 하면 국민들이 '그래, 세무서 직원들 참 잘한다'고 박수를 쳐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신뢰도 제고'의 방법론도 제시했다. 그는 "정권이 호들갑을 떨더라도 국세청은 의연하게 정책들을 검토하고 잘된 행정은 지키고 잘못된 행정은 신중하게 바꿔 국민들이 피로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도 묵묵하게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하도록 될 수 있으면 다른 일을 시키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좋은 사회공헌을 왜 군사정권,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는 하지 않았나, 그것은 세입보다 중요한 업무는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이)세입을 잘해서 세출이 복지에 쓰이면 그것이 곧 복지, 사회공헌"이라고 김 조사관은 강조했다.
□ "속 시원하다"vs"돌출행동 자제했어야…"= 이 글과 관련해 국세청 내부에서는 그 동안 암암리에 글 내용과 글을 작성한 이에 대한 성토가 이어져 왔다.
현재는 다소 누그러진 분위기지만 글이 담고 있는 비판의 대상이 '민감한 부분'에 까지 미쳐 있다는 측면에서 물밑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특히 국세청 일각에서는 "속 시원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국세청의 폐쇄적인 조직분위기에서는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생각을 하기가 힘들다"며 "많은 직원들이 글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세청의 직원은 "사회공헌도 좋지만 전시행정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라며 "고위직들의 비리로 인해 추락한 신뢰도를 직원들의 사회봉사 활동으로 만회하려는 것은 책임을 직원들에게 돌리려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직원 한 사람의 돌출행동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김 조사관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한창 변신을 꾀하고 있는 현재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자제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의 국세행정에 대해 누구나가 다 공감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절대다수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공감한다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조직의 논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 조사관의 비판글 내용과 관련해 국세청은 "직원 개인의 의사표현에 불과하다"며 일체의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다. 또 "세무조사 등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만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