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자 종부세·양도세 감면…시장불안정 해소 필수
4조2000억원 감세효과, 재원마련 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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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조세분야 공약은 한 마디로 '감세'를 표방하고 있다. 이 후보는 서민생활 부담을 증가시키는 조세를 정비해 세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을 내놓고, 4조2000억원 규모의 감세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우선 최근 가장 뜨거운 논란이 되고 있는 유류세를 인하한다는 공약이 눈에 띈다. 현 정부에서 유류세 인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서민 세부담 경감'이라는 대전제 아래 정권을 잡을 경우 전격적인 유류세 인하를 단행한다는 방침. 아울러 소득세 부문에서는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 |
제를 확대하고,사업자에게도 교육비와 의료비의 소득공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근로자와 사업자들이 연말정산을 통해 환급받을 수 있는 돈을 늘려준다는 게 골자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부담 감면을 전면에 내세웠다. 장기보유 1세대1주택자에 한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고, 거래세인 등록세와 취득세 통합 및 세율 인하방안을 내놨다.
이 후보측은 이러한 조세정책을 통해 총 4조2000억원의 감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거두는 세수가 그만큼 감소한다는 의미지만, 대대적인 정부지출 축소를 통해 국가재정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 유류세 10% 인하‥실제로는 20%?= 이 후보가 서민의 세부담 경감을 위해 내놓은 공약에는 유류 관련 세금을 인하한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의 교통세와 등유에 붙는 특별소비세를 전체적으로 10% 내리고, 택시와 장애인용 차량에 쓰는 LPG 특소세와 취사용·난방용 LPG 및 도시가스 특소세를 전면 폐지한다는 것.
특히 유류세에 대한 바우처제도를 운영해 저소득층에게 인하효과가 집중되도록 추진키로 했다. 바우처란 일정한 자격을 갖춘 계층에게 특정 재화나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이용권으로서 이를 저소득층에 부여, 실질적으로 20%의 인하효과가 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유류세 인하문제는 소비자들의 유류가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지 여부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핵심 사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50%에 달하는 유류 관련세금 비중을 낮춰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국민부담과 산업계의 어려움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많지만, 정부에서는 유류세 인하시 실제 가격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다며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이 후보의 공약대로 유류세를 10% 인하할 경우 1조9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반면, 주유소별로 유류가격의 차이가 크고 가격이 자율화돼 있어 세율을 인하하더라도 유통마진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주유소 시장은 이미 개방돼 있어 많은 주유소들이 가격경쟁을 하고 있다"며 "주유소나 정유사가 담합으로 가격을 인하하지 않고 유류세 인하분을 유통마진으로 흡수하려 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강력한 규제와 처벌을 해서 막도록 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다수의 조세전문가들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및 국회예산정책처 등에서도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공약에 대한 추진동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 1세대 1주택자 종부세·양도세 감면, 취·등록세 통합= 이 후보가 내놓은 부동산 관련 공약에는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보호가 핵심이다.
장기보유 1세대 1주택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인 감면폭은 추가 검토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게 이 후보측의 설명.
현재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는 1세대 1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할 경우 종부세를 면제하고, 3년 이상 10년 미만 보유할 경우 종부세의 50%를 감면해준다는 종부세법 개정안(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대표발의)이 계류돼 있다.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는 부동산을 장기 보유할수록 누진적으로 인하한다는 공약이 제시됐다. 현행 세법에는 부동산 보유기간에 따라 ▲3년이상 5년미만 10% ▲5년이상 10년 미만 15% ▲10년이상 15년미만 30% ▲15년 이상(1세대 1주택) 45%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이 적용되고 있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9월 부동산 보유기간을 세분화해 세율을 조정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지만, 이 후보측은 장기보유(1세대1주택 포함)에 대한 감면 폭을 더욱 상향조정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아울러 거래세인 취득세와 등록세를 통합하고, 재산보유세 증가에 맞춰 세율을 인하한다는 내용도 이 후보측이 내놓은 부동산 관련 세제공약이다.
조세전문가들은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이 현 정부의 정책기조와 배치되는 측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1주택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이미 각계에서 종부세의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최근 있었던 종부세 관련 행정소송에서도 정당한 과세이지만 1가구1주택자에 대해서는 재산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판시한 적이 있어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다만 현 정부의 부동산 세제 불변 원칙을 흔들게 될 경우, 최근 안정기조에 접어들고 있는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부동산 정책 손질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근로자·사업자 소득공제 확대‥"신선함은 떨어져"= 이 후보가 서민층을 상대로 내놓은 소득세 분야의 공약은 근로자와 사업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한다는 내용.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 항목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사업자에 대해서는 현재 적용되지 않고 있는 교육비와 의료비 등의 특별공제를 신설키로 했다.
그러나 근로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는 현 정부에서조차 실패를 인정하고 있는 조세정책 중 하나다.
그동안 세율인하와 소득공제 확대정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오던 재경부는 최근 "공제확대는 특정계층을 겨냥해 세부담을 경감할 수 있지만, 과도하게 운영하면 과세자 비율을 낮추고 면세자 비율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다"며 내년부터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사업자에 대한 의료비와 교육비 공제제도 신설방안은 재경부가 발표한 올해 세제개편안에서 성실사업자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이 후보측이 사업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공약 자체의 신선함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 4조2000억원 감세정책, 재원조달이 관건= 이 후보측은 유류세 2조9000억원, 주택·교육·의료비 소득공제 확대 1조3000억원 등으로 인해 총 4조2000억원의 감세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류세의 경우 법령 개정없이 즉시 실행 가능하며, 소득세 부분은 내년 중에 관련 법령을 개정하면 실제 세수감소는 2009년부터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지출을 줄이는 등 줄어드는 세수에 대한 보전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경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소속 대학교수는 "유류세 인하나 자영업자의 세부담 경감 등 서민을 의식한 감세방안이 성공하려면 국가재정과의 균형이 관건"이라며 "감세의 재원마련 부분과 관련해 현재의 방대한 정부조직을 반드시 줄여서 예산운용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도 "감세정책은 불필요한 예산낭비를 방지하고 정부조직을 얼마나 어떻게 줄이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대안이 미흡한 감세방안은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