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종합평가] 대규모 감세, '재정확보 대안'이 필요하다
참여정부 예산낭비 40조 육박‥"씀씀이 줄이면 감세 가능"
전문가들 "정부조직 축소 등 구체적 대안 제시돼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경선후보 시절 내놓은 조세공약의 핵심은 '대규모 감세정책'이다. 뜨거운 논란을 빚었던 한나라당의 감세안(2005년 발표)이 근간에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감세정책의 목적은 기업과 국민들의 호주머니 사정을 불려, 투자와 소비를 불러일으키고 이를 통해 경제가 '상승기류'를 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 자신이 표방한 '경제대통령'의 이미지와도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 이 후보가 내놓은 감세정책은 ▲기업 관련(법인세율 인하) ▲서민경제 관련(유류세 인하, 근로자 등 소득공제 확대) 분야로 흐르고 있다. 전체적으로 12조6000억원(법인세 인하 등 7조원, 서민감세 5조6000억원)의 감세를 '감행'하겠다는 것이 이 후보측의 방침이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는데 환영하지 않을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포퓰리즘의 측면에서만 따져볼 때 이 후보의 대규모 감세정책은 충분히 먹힐 만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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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정책과 함께 연동되어야 할 '+α'는 감세로 인해 구멍이 날 국가재정을 메울 수 있는 현실적 측면의 '재원확보 방안'이다.
□ 슬금슬금 고개 드는 '감세론'=다소 잠잠했던 '감세론'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나오고 있다. 최근 국세청과 재경부가 올해 세입이 당초 정부가 잡았던 예산액(147조원)보다 11조원이상 초과징수 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은 것이 도화선이 됐다.
정부는 이 같은 세입초과전망을 반영해 올해 국세세입예산액을 158조원 수준으로 수정했다.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세수초과가 예상됨에 따라 감세론이 힘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세수초과 징수는 '일시적 현상'에 따른 측면이 많다며 11조원의 초과징수 세금은 '나라빚' 갚는데 쓰겠다는 입장이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올해 발생하는 세수초과액은 주로 국가채무 상환 등을 통한 재정건전성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라며 "일시적 세수증가 요인이나 재정여건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감세조치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감세론의 득세를 사전에(?) 차단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사용, 현금영수증제도 시행, 자영업자 세무조사 강화 등으로 세원이 넓어지면서 늘어난 세수의 경우 어느 정도 '지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를 통해 얻어진 세수는 '감세'라는 수단을 통해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감세'-어떤 효과 불러올까=경기회복의 수단으로 대대적인 세금감면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제기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지난 2005년 한나라당이 대규모 감세정책을 내놓으면서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당시 감세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1980년대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이른바 '레이거노믹스'의 감세정책이 하나의 '롤모델'로 꼽혔었다. 2000년대 초 부시 행정부도 감세정책을 통해 경기활성화를 노렸다.
특히 레이건 정부는 개인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대폭 인하하는 감세정책을 시행, 1990년대 미국 경제 호황의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도 집권초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1조달러 이상의 감세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미국식 감세정책의 성공과 실패여부를 떠나 대한민국의 '체질'에 맞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감세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점도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감세정책에 따른 대규모 재원 부족분을 당장 충당할 만한 '장치'가 있느냐, 없느냐 여부가 감세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기대치를 결정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 대규모 감세정책, MB의 '+α'는?=이명박 후보가 내놓은 감세정책은 결과적으로 12조6000억원의 세수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국세수입 예산이 147조원 규모라는 것을 감안하면 10%에 육박하는 재원이 덜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이 후보의 감세정책 공약은 최근 정부의 11조원 세수 초과징수 전망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실현가능성'에 힘을 얻는 모습이다.
이 후보는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감세정책을 내놓으면서 재원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 후보는 방만한 정부 재정지출을 구조조정, 감세정책으로 인한 타격을 줄이겠다는 것. 쉽게 말해 정부의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의 이면에는 '작은 정부론'이 짙게 깔려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측은 정부의 씀씀이를 과감하게 줄인다면 20조원 정도를 '세이브'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감세정책을 내놓은 이 후보측의 '믿는 구석'인 셈이다.
□ MB의 '믿는 구석'-재정 얼마나 낭비되길래‥참여정부 낭비성 예산 40조=지난해 7월 한나라당이 학계와 공동으로 내놓은 '방만한 나라살림을 고발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낭비성 예산규모는 약 39조3424억원으로 추정됐다.
보고서에는 감사원 감사 결과보고서를 인용해 사업타당성에 대한 검토가 없거나 중복투자로 인한 예산낭비가 26조원에 달하고, 당초 예산목적 외 타용도 전용이나 공무원 업무처리 미숙 등으로 인해 각각 수조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04년 8월 기획예산처 주관 기금존치평가단에서 마련한 기금통폐합을 실현시키지 못함에 따른 낭비규모는 작게는 2870억원(기금관리비만 절약하는 경우), 많게는 6조8500억원(사업비전체를 절약하는 경우)에 달하는 등 기금 낭비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지적됐다.
이와 관련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과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 등은 보고서를 통해 알뜰한 나라살림을 위한 과제로 주요 재정지표를 조속하게 정비하고 각종 정책사업을 억제하는 한편, 사업의 사전사후평가체제의 개혁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들은 "참여정부는 '일 잘하는 정부'라는 명목하에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지 않음으로써 재정 효율성을 근본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등한히 했다"며 "민영화와 민간위탁 등의 사업을 다양하게 발굴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러한 예산낭비 사례를 개선할 경우 충분한 재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이 후보측이 발표한 감세정책이 결코 '대안없는' 공약이 아니라는 것. 현재 이 후보측에서는 구체적인 예산절감 방안에 대해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재원확보 대안, 그래도 미흡?‥"정부조직 축소해 예산 줄여야"=이 후보가 불필요한 정부의 예산을 아껴서 감세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재경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의 한 대학교수는 "감세는 확실한데 경제성장에 따른 세수효과 분석이 불확실하다"며 "단지 감세가 목표일 뿐 조세감면액과 국가 재정수요가 늘어나는 부분에 대해 책임있는 대안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세분야 교수는 "앞으로 남북협력이나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해 정부 지출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세수가 감소하는 부분은 건드리기 힘들다"며 "국제적 조세경쟁 체계에서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법인세율을 인하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실제로 포괄적인 감세방안들을 실현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감세를 위한 국가의 예산절감 방안으로 정부조직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통된 의견이 나왔다.
한 경제학 교수는 "유류세 인하나 자영업자의 세부담 경감 등 서민을 의식한 감세방안이 성공하려면 국가재정과의 균형이 관건"이라며 "감세의 재원마련 부분과 관련해 현재의 방대한 정부조직을 반드시 줄여서 예산운용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조세전문가도 "매번 선거가 열릴 때마다 나오는 게 감세정책이지만 정부조직을 얼마나 어떻게 줄이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대안이 미흡한 감세방안은 그만큼 실현가능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