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팔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국교 안 맺어"
'강제 이주' 계획에 중동 혼란 우려…"두국가 해법 훼손"
美민주당 비난 이어져 "사실상 인종청소" "장기 전쟁 초래"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미국이 소유권을 가지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미국이 소유권을 가지고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일시적 휴전에 합의하면서 황폐해진 가자지구 주민의 회복을 돕기 위한 인도적 지원과 재건 물자 공급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4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할 것"이라는 폭탄 발언을 냈다.
그는 이날 벤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가자지구를 소유할 것이며 모든 위험한 불발탄과 기타 무기의 무력화를 책임지고 땅을 다지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으로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지금 가자지구에서는 살 수 없다"며 "다른 대체 지역이 필요하며 사람들이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하마스뿐 아니라 혼란을 우려한 주변 중동 국가들에 이어 미국 내에서도 강력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마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즉각 반발 성명을 내 "지역에 혼란과 긴장을 일으키는 계획으로 간주한다"며 "필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점령과 침략의 종식이며 이 땅에서 몰아내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강제 이주 방안에 강력한 반대를 표하며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통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했다.
주변 인접 국가의 우려도 예상된다. 앞서 이집트, 요르단 등은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킬 시 중동의 안정을 해치고 분쟁을 확산시킬 위험이 커진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두 국가 해법' 또한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호주 또한 이날 공식 성명을 내어 "우리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호주 정부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 민주당에서도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소속의 크리스 반 홀렌 상원의원은 "트럼프의 제안은 200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지구에서 쫓아내는 것"이라며 "필요할시 '소유'한다는 것은 사실상 인종 청소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X'를 통해 "트럼프는 완전히 미쳐버렸다"며 "미국의 가자 침공은 수천 명의 미군 사망과 중동에서 수십 년간의 전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기구들 또한 인도적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USA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가자 지구에서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그들을 민족으로서 파괴하는 것과 같다. 가자는 그들의 고향"이라고 짚었다.
AP통신은 "트럼프의 대담한 발언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불안정한 휴전을 연장하고 가자지구에 남아 있는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다음 단계 협상을 혼란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제이크 아우친클로스 하원의원 또한 계획이 "무모하고 비합리적"이라며 이로 인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2단계가 실패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동기를 살펴봐야 한다"며 "항상 그렇듯이 트럼프가 정책 항목을 제안할 때는 인척적이고 이기적인 관계가 엮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언급하면서 "그들은 이곳을 리조트로 만들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