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발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380억원 추가 적발
이복현 "은행자원을 특정집단 사익 위한 도구로 삼아 위법행위 서슴지 않았다"
◆…우리은행 본점 전경［우리은행 제공］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규모가 총 730억원으로 기존보다 380억원 더 늘어났다. 또한 다른 임직원이 연루된 부당대출도 추가로 확인되면서 전체 부당대출 규모가 2334억원으로 불어났다.
4일 금감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 따르면 현장검사를 통해 우리·KB국민·NH농협은행에서 총 3875억원(482건) 규모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 이중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규모가 가장 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임이 명확해졌다"면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직원은 은행자원을 본인 등 특정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와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경우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730억원을 비롯해 총 2334억원(101건)의 부당대출이 확인됐고, 국민은행 892억원(291건) 그리고 농협은행 649억원(90건)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특히 우리은행에서는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적발 규모가 종전보다 두 배로 불었다. 기존에 확인된 부적정 의심대출 350억원 외에 다수 임직원이 관여된 부당대출 380억원을 추가로 적발돼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원에 달했다. 전체 부당대출 730억원 중 61.8%인 451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고, 46.3%인 338억원은 부실화됐다.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된 부당대출 451억원 중 27.3%인 123억원이 부실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기 적발된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350억원 중 대부분(84.6%)이 부실화된 점을 미루어 볼 때,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되고 정상으로 분류된 328억원도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장기간 다수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금융지주 차원의 내부통제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현직 본부장과 지점장 등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등을 위해 사업목적과 무관한 기업대출심사, 사후관리를 소홀히 해 부당대출 1604억원을 취급한 것도 적발했고, 이 중 61.5%인 987억원은 현 경영진 취임 이후 취급됐다. 이 중 76.6%인 1229억원은 부실화됐다.
아울러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여신을 주도적으로 취급한 지역본부장이 한 지점을 통해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법인에 여신 42.7억원(6건)을 취급하며 자금용도･상환능력 평가를 소홀히 하는 등 내규를 다수 위반했고, 퇴직 후에는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차주사(社)에 재취업한 사실도 정기검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대출 브로커를 부하직원이었던 지점장에게 소개해 여신 17.8억원(3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상환능력･소요자금 심사 등을 소홀히 하고 자신의 처 계좌로 38백만원을 수수한 정황 및 여신승인에 부정적이었던 담당심사역을 압박해 여신을 승인하도록 하고 대출금 일부를 제3자에게 지급하는 등 차주관계자의 횡령을 방조한 혐의가 있는 지점장도 적발됐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이 행장 재임 시절 대폭 완화한 여신 관련 징계기준을 현재까지 방치해 여신 관련 사고를 일으킨 상당수가 견책 이하의 경징계를 받는 데 그치는 등 온정적 징계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징계예정자에 대해 합리적 기준 없이 제재 완료 전 포상･승진을 시행함으로써 인사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징계 효과가 면탈(免脫)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혐의를 인지하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5개월간 미보고했고, 이에 따라 금감원 검사 및 검찰 수사가 지연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수 은행이 금융사고 예방･보고 체계가 미흡하고 경직된 조직문화로 내부고발 제도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금융 사고를 발견하고도 금융당국에 미보고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우리금융지주는 자본비율 산출시 책임준공형 토지신탁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보통주 자본비율이 10∼20bp(1bp=0.0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등 자본비율 산출에 오류를 내 건전성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한편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면서 의사결정 절차가 미흡했다는지적도 받았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회장은 자회사 인수합병(M&A)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고, 주식매매계약(SPA)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를 불과 20분 간격으로 개최함에 따라 위원회 심의 내용이 이사회 안건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금융지주 내규에 따르면, M&A 등 중요 경영사항 추진 시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 경우 리스크관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이사회 의사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주의 자회사 편입 관련 인·허가권을 가진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되었는데도, 이러한 중요사항이 공식 이사회 석상에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