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불건전 조직문화 금융권 전반의 문제"..."온정주의 팽배"

금감원, 4일 지난해 주요 검사결과 발표..."금융권 내부통제 부실 재차 확인"

"금융사고에 대한 온정주의적 조치…사고 반복될 환경 조성" 질타

감독당국 체계적 감독 차원 '실효성있는 내부통제 구현' 등 향후 추진 계획 밝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일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당대출 사건과 관련해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문제임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4일 이 원장은 금감원에서 열린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 브리핑' 전 배포한 모두발언문에서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됐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전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원을 포함해 우리·KB국민·농협은행에서 고위 임직원들의 3145억원 규모 부당대출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검사 결과에 대해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하고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만연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며 "이사회는 인수·합병(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외형성장 목표만을 추종하거나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다"면서 "금융회사는 금융 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지주·은행들의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경시 조직문화를 질타했다.

그는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취약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이 원장은 "금소법 시행 후 3년이 넘는 시간이 경과했고, 과거 사모펀드 사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두텁게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금융권의 미흡한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노력과 단기 실적주의에 내몰린 임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이번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권 스스로의 철저한 조직문화 쇄신 의지와 함께 감독당국의 체계적 감독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검사 결과 중간 브리핑 모두발언 전문이다.

안녕하십니까? 금융감독원 원장 이복현입니다.

브리핑에 참석해 주신 기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금융권은 작년 홍콩 H지수 ELS 손실사태에 이어 끊이지 않는 대규모 금융사고로 신뢰 하락은 물론 이제는 금융회사로서의 기본적인 윤리의식과 역량마저 의심받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기업은행에서도 복수의 직원이 연루된 대형 부당대출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등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건전 조직문화는 특정 금융회사나 소수 임직원만의 문제가 아닌, 은행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 문제임이 명확해졌습니다.

금융회사와 감독당국이 그간 누적된 문제점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함께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년 은행권 검사 결과 및 향후 감독·검사방향에 대해 간략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은행권의 낙후된 지배구조와 대규모 금융사고 등 심각한 내부통제 부실이 재차 확인되었습니다.

지주회장 중심의 의사결정 체계가 공고(鞏固)하고 상명하복의 순응적 조직문화가 만연(蔓延)하여 내부통제 등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고, 이사회는 M&A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제한되었습니다.

임직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외형성장 목표만을 추종하거나 은행 자원을 본인 등 특정 집단의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삼아 부당대출 등 위법행위 및 편법영업을 서슴지 않았으며 금융회사는 금융사고를 축소하려 하거나 사고자를 온정주의적으로 조치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가 반복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다음으로,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를 경시하는 조직문화입니다.

경영진 등이 단기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도록 유인구조가 설계됨에 따라,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장치가 작동되기 어려웠습니다.

지주는 그룹 내 잠재 부실 위험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본연의 역할을 소홀히 하여 금융그룹의 위기대응능력(자본비율)이 과대평가되고 은행 등 자회사가 금지된 브릿지론을 편법 취급하거나 특수목적회사 등을 통해 계열회사를 우회 지원하는 등의 여러 부적절한 고위험 추구 행태를 막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취약한 금융소비자 보호 실태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금소법｣ 시행 후 3년이 넘는 시간이 경과하였고 과거 사모펀드 사태 등을 통해 소비자 보호 장치를 두텁게 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금융권의 미흡한 소비자보호 체계 개선노력과 단기실적주의에 내몰린 임직원들의 불건전 영업행위로 소비자 피해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작년 초 주요 판매사 검사를 통해 확인한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양태가 여타 판매은행에서도 마찬가지임을 확인하였으며 다수 은행에서 연체대출을 고객 예금과 상계하면서 ｢민법｣상 압류가 금지된 최저생계비까지 상계하는 등의 다양한 행태의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가 발견되었습니다.

'24년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금감원은 금융권 스스로의 철저한 조직문화 쇄신 의지와 함께 감독당국의 체계적 감독방안이 필요하다는 인식하에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구현,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 자율쇄신을 통한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세부방안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가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고, 지배구조 선진화, 건전성·리스크관리 중심 영업 및 엄정한 조직문화 확립 등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도록 유도하겠습니다.

아울러, '24년 검사결과 나타난 회사별 취약점에 대해서는 향후 재점검 등을 통해 개선실태를 면밀히 확인하고, 법규위반 사항은 그 책임에 맞게 엄중 제재하는 등 검사결과 후속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방침입니다.

끝으로 오랜기간 누적된 불건전 조직문화 개선은 자율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한 만큼 금융회사와 임직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노력과 협조를 당부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