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銀 2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나와

기업銀, 9일 업무상 횡령, 사기, 배임 등으로 240억원 규모 금융사고 발생 '공시'

KBS "미분양 물건 대출 만기 연장 사유 부족에도 회수 않고 갱신해줘" 보도

고액 대출 심사 담당 간부 친·인척 연루된 부당대출...대출한도 초과 대출도 이뤄져

IBK기업은행(은행장 김성태)에서 최근 발생한 수백억 원대 대형 금융사고가 내부 직원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로 은행장 교체는 물론 전 회장 불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는 등 파장이 컸는데 또다시 유사한 금융사고가 터짐에 따라 내부통제시스템 신뢰 훼손은 물론 내부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가 심각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IBK기업은행은 앞서 지난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업무상 횡령, 사기, 배임 등으로 239억5000만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당시 기업은행은 전현직 임직원들이 지난 2022년 6월 17일부터 작년 11월 22일 기간 중 서울 강동구 소재 지점들에서 부동산 담보가치를 부풀려 담보가치보다 많은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KBS는 기업은행의 금융사고가 대출규정 위반이라고만 밝혔는데, 더 취재해 봤더니 내부 직원의 친·인척이 낀 대출이 다수 발견돼 지난해 시끄러웠던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과 겹치는 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KBS보도에 따르면,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한 곳은 7년째 개발 중인 경기도 시흥의 해양레저단지로, 이곳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형태로 진행됐고 현재 부분 개장을 마쳤지만 상당수가 공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시행사가 PF 대출 2백억여 원으로 지은 건물들이 계속 미분양됐다. 그 사이 대출 만기가 돌아왔고, 만기 연장 사유가 부족했지만 대출은 회수되지 않고 갱신됐다.

그 배경엔 기업은행에서 고액 대출을 심사하는 한 간부가 자신의 입사 동기였던 퇴직 직원의 청탁을 받고, '성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처리해 준 걸로 파악됐다.

또한 해당 간부의 친·인척과 관련한 부당대출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해당 간부가 지점장으로 일하던 2년 전, 한 여성 명의로 수십억 원을 대출해줬는데, 알고 보니 가까운 인척이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은행 내부적으로 산출된 대출 한도를 넘겨 수십억 원의 대출이 진행됐고, 용도에 맞지 않는 부적정 대출도 상당수였다고 KBS는 보도했다.

미분양 PF와 인척이 얽힌 대출은 2년 넘게 지속됐다. 일부는 해당 간부 본인이 사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도 있고, 대출액 중 얼마나 회수될지도 미지수라고 KBS는 전했다.

사건 공시 당시(9일) 기업은행은 "현재로서는 손실예상금액이 미정"이라는 입장을 냈다. 다만 담보금액은 215억2700만원(대출금액의 90%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담보가치를 부풀려 대출을 받은 만큼 손실예상금액은 의외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은행 측은 "해당 건은 강화된 내부통제로 자체적으로 발견해, 상급기관 보고 등 관련 조치를 조속히 실시했다"고 밝혔다. 자체감사를 통해 사고를 발견했으며 금융감독원에 즉각 보고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관련 직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할 예정이며 관련인들의 형사고발도 진행할 계획"이라며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어서 발생한 것은 아니며 더 자세한 사실은 금감원 검사 결과가 끝나봐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해당 인물들이 연루된 부당 대출이 더 있을 걸로 보고 오늘까지였던 검사 기한을 연장했다고 KBS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