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급한 불법행위 손해배상금은 손금 산입 가능

법원이 법인의 행위를 불법행위로 판단하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한 경우, 법인이 그러한 판결에 따라 지급한 손해배상금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서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었다.

대법원은 "민사사건의 확정판결에 따라 …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하여 지급된 것으로서,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고, 액수 또한 실손해의 범위를 벗어나는 과도한 금액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마찬가지로 위 손해배상금을 지출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판단 근거로 열거하면서, 법인이 법원의 판결에 따라 지급하였던 불법행위 손해배상금은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지출된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므로 손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의 원고는 은행이었는데, 사인 간의 적대적 기업인수 분쟁 과정에서 분쟁 당사자 측 일방의 불법행위에 관여하여 다른 당사자의 경영권을 상실하게 하였다. 이에 관하여 법원은 은행의 위 행위를 "법규를 위반하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위반하는 위법한 행위"로 판단하며 피해자에게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이에 따라 은행은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다. 과세당국은 위 손해배상금이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것이므로 세법상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세법은 원칙적으로 손금에 산입되는 손비를 "그 법인의 사업과 관련하여 발생하거나 지출된 손실 또는 비용으로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것이거나 수익과 직접 관련된 것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세법상 손금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업무관련성과 통상성, 또는 수익관련성이 요구된다. 한편, 대법원은 위 요건 중 통상성에 관하여,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이란 납세의무자와 같은 종류의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법인도 동일한 상황 아래에서는 지출하였을 것으로 인정되는 비용을 뜻하고, 그러한 비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지출의 경위와 목적, 형태, 액수,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인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여기에서 제외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9. 11. 12. 선고 2007두12422 판결 등).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면, 법인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기 위하여 지출한 비용이나 지출 자체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비용은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점에 다툼의 여지가 없다. 기존 판례 역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원칙적으로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법인이 일단 저질러진 불법행위에 관하여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손해배상금을 지출한 경우에도 그와 같은 비용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에 해당하지 않아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없는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한편, 법인세법은 2017년 개정되면서 '징벌적 목적의 손해배상금 등에 대한 손금불산입'에 관한 규정을 신설하였는데, 해당 조항은 내국법인이 지급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를 초과하여 지급한 금액은 손금불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위 조항은 법인이 지출한 손해배상금 중 실제 발생한 손해 부분과 이를 초과하는 부분으로 나누어 실제 발생한 손해의 보전에 해당하는 부분은 손금에 산입하고 이를 초과하는 부분만을 손금불산입하는 취지라는 견해가 있다.

대상판결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회질서에 위반하여 지출된 비용은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없다'는 기존 판례의 법리를 유지하면서도, 법인이 위법행위로 인하여 지출한 비용 중 손해배상금과 같이 그 지출 자체가 사회질서에 위반한다고 볼 수 없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통상적인 비용'으로서 법인의 손금에 산입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선언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비록 손해배상금의 지급이 위법행위에 기인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위법행위가 이루어진 이후에는 그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것이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것으로서 그와 같은 손해배상이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없고, 더구나 법인의 손해배상금 지급이 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이와 더불어,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세법 역시 법인이 자신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실제 발생한 손해의 전보를 위해 지급한 손해배상금을 손금에 산입하도록 하고 있고, 2017년에 신설된 법인세법상 징벌적 목적의 손해배상금 등에 대한 손금불산입 규정은 반대해석상 실제 발생한 손해 부분의 손금 산입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더라도 대상판결의 판단은 지극히 타당하다고 사료된다. 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1두35308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