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정기 고위직 인사를 마무리하고, 올해 첫 전국세무관서장회의(22일 예정)를 앞두고 있다. 올 한 해 국세행정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울리는 셈이다. 한편,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후속 고위공무원단 승진 인사는 대통령실(현재는 기획재정부)의 결재만을 남겨둔 것으로 전해졌다.
◆ 이번엔 '4개월 국장'
이번 인사로 부산지방국세청장과 인천지방국세청장 등 지방청장 2명이 새로 임명되었으며, 13명의 국장이 자리를 이동했다. 국세청 고위공무원단 인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최근 몇 년간 하반기 인사 규모는 상반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6월 말 퇴직자가 12월 말 퇴직자보다 많기 때문이다. 작년 상반기의 경우, 총 23명(가급 3명, 나급 20명)이 자리를 옮겼다.
국장직은 딱히 정해진 임기가 없기 때문에 누가 언제 이동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보통 1년을 임기로 생각하고 있지만, 6개월 만에 이동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번 인사에서도 15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명이 1년을 못 채우고 자리를 바꿨다. 이번엔 6개월도 아닌 '4개월'이다. 지난해 국세청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상반기 정기 인사가 평소보다 2개월 늦은 8월 26일에 단행된 데 따른 결과다.
이동운 부산청장과 김국현 인천청장은 법인납세국장과 자산과세국장으로 4개월여 근무하고 이동을 했다. 심욱기 개인납세국장(전 서울청 조사2국장), 이승수 법인납세국장(전 개인납세국장), 박종희 자산과세국장(전 복지세정관리단장), 최종환 국장(전 중부청 조사2국장), 강종훈 국장(전 중부청 조사3국장), 윤창복 국장(전 부산청 조사1국장) 등도 마찬가지다.
1년을 채운 국장은 정용대 복지세정관리단장(전 정부청 징세송무국장)과 지성 서울청 조사2국장(전 부산청 조사2국장) 단 두 명뿐이다. 나머지 5명의 국장은 외부 파견에서 복귀한 인사들이다.
◆ 중요 부서 아니라는 인식 굳어져
잦은 국장 교체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퇴직자로 인한 인사 퍼즐을 맞추다 보면 부득이하게 이른 전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일반적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6개월은 너무 짧다는 이야기가 일각에서 흘러나온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당연히 퇴직자가 생기면 해당 자리를 메우기 위해 이동을 해야 하고 이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단기간에 이동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물론, 6개월 근무는 조금 짧은 면이 있긴 하다.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무에 대한 부분 보다는 특정 부서가 '6개월 국장' 부서라는 인식을 받게 되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6개월 마다 국장이 바뀌면 중요 부서가 아니라는 인식이 국세청 안팎에 심어질 수 있다는 것.
한 국세청 관계자는 "국장은 청장까지 가기 위해 지방청 국장과 본청 국장을 거치는 일종의 코스를 밟아야 하고, 1년을 근무하든 1개월을 근무하든 나중에 이력에 써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한 것이 본인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직원들 입장에선 어차피 6개월 뒤 떠날 국장에게 마음이 덜 향할 수 밖에 없다"며 "워낙 경험이 많은 베테랑 국장들이고 실무는 밑에 직원들이 대부분 하다 보니 업무에 대한 부분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지만, 6개월 국장 부서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 중요부서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기고, 이런 인식은 직원 사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본청 조사국장 등 핵심 직책은 임기 1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지만, 복지세정관리단장 등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다고 평가되는 직책은 6개월마다 교체되고 있다. 지방청에서도 서울청 국장은 비교적 1년 임기를 유지하지만, 중부청 국장은 6개월 주기로 교체되면서 '6개월 국장'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되고 있다.
한 국세청 관계자는 "매번 바뀌는 자리에 대한 외부의 인식 또한 좋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최소 1급지(서울청·중부청·부산청) 국장까지는 이런 인식을 벗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