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 이유는 '인플레 위험 고조'

12월 FOMC 의사록,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에 우려감 나타내

당시 여러 위원들 금리동결 주장…물가 상방 압력 지속 가능성 지목

NH투자證 "연준위원들, 높아진 물가 우려에 금리 인하 속도 조절 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들이 지난해 12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고 강조한 데는 물가 상승 위험, 즉 인플레이션 위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더우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및 무역 정책 변화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최소 4차례 언급되면서 이 같은 불확실성을 이유로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더욱 늦출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현지시간) 공개된 작년 12월 FOMC 의사록에서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재반등 우려를 경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하는 '베이비 스텝'을 단행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당시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을 매우 아슬아슬(closer) 했다고 언급했다. 의사록에서도 대다수(the vast majority)는 금리 인하를 지지했지만, 일부(some) 위원들이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고 명시했다.

햄맥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는 금리 동결을 주장했다. 햄맥 총재뿐 아니라 투표권을 보유하지 않은 다른 연준 위원들도 금리 동결을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준 위원들은 예상보다 강한 인플레이션 지표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및 이민정책,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문제, 완화적인 금융시장 환경 그리고 강한 가계 소비 등으로 대부분의 참여자들이 물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는 데 동의했다. 잠재적 변화가 가져올 영향을 살핀 후 금리인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판단인 셈이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점은 높아진 물가 우려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임 연구원은 "핵심 상품과 주거 등을 제외한 시장 기반의 핵심 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물가 안정기 수준에 근접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다만, 예상보다 높은 최근 물가 상승률에서 보듯이 2024년 디스인플레이션 속도는 둔화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몇몇(several)은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일시적으로 정체되거나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했으며, 두서너 명은(a couple of)은 긍정적인 금융시장과 경제활동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무역 및 이민 정책,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문제, 완화적인 금융시장 환경, 그리고 강한 가계의 소비 등으로 대부분의(almost all) 참여자들은 물가의 상방 압력이 높아졌다는 데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 지난 9월 연준은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로 '빅 컷(한번에 기준금리는 50bp 인하)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후 실업률이 재차 반락했다.

임 연구원은 "의사록에서도 고용시장의 수요는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참여자들은 대체로 고용시장의 낮은 해고율을 고려하면 급격하게 위축될 것이라는 시그널은 없다고 평가했다"면서 "연준도 현 수준의 고용시장은 최대 고용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작년 11월 해고율은 3.2%로 계속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자발적 퇴사를 제외한 해고율도 1.1%로 상승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 주목한 셈이다.

대부분 연준 위원들은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현재 혹은 가까운 시점에 통화정책의 완화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많은 연준 위원들은 신(新) 정부의 정책에 따라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점진적으로 중립금리로 향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임 연구원은 "연준이 빠르게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3분기와 같이 고용시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거나 물가 둔화가 재차 확인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대선 이후 신정부의 친(親) 기업 정책 등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고용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이어 "트럼프 1기에서 경험했듯이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트럼프 취임 이후 관세 부과 시점 및 강도의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만약,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연준의 물가 우려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20일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관세에 따른 물가 우려가 높은 상황이란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12월 FOMC에서 파월이 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에 상당히 가깝다고 언급한 점은 우려요인이나 의사록에 따르면 몇 명(some) 위원들만 중립금리에 상당히 가깝다고 평가한 반면, 대다수는 현 수준 통화정책은 유의미하게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은 좋은 위치에 있다고 평가한 점을 고려하면 빠른 인하까지는 아니지만,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연내 노 컷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것은 과도하다"면서 "미 국채 10년 금리가 4.7% 내외에서 등락하고 있는 가운데, 매수로 대응해도 된다"고 제언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위원들은 단기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높으며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은 2027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11월 미국 인플레이션은 전년 대비 2.8%,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빅 컷(0.50%p 금리인하)'을 시작으로 11월 회의에서 '베이비 컷(0.25%p 인하)'에 이어 12월 회의까지 3회 연속 금리 인하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작년 9월 이전 5.25~5.50%였던 미 기준금리는 4.25~4.50%로 1%포인트가 낮아졌다.

연준 위원들은 당시 2025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당초 0.25%p씩 4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하는 등 '매파적 인하'를 예고했다.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이후 트럼프 정책 변수에 더해 인플레이션 지표가 전망치를 웃돌자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에 대한 회의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올해 금리 인하가 1~2회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달 29일 열리는 FOMC에서 '금리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100%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