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남 (강남대 교수, 월드텍스연구회 학회장)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질수록 국가에 대한 국민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복 잡해진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모두 직접 수행하려면 공무원 확충 등 '큰 정부'를 꾸려야 하며 재정지출이 증가한다.
그리고 불필요한 규제의 신설이나 강화로 이어져 국민의 자율적인 활동을 억제할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주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 관련되지 아니하는 사무 중 공익성보다 능률성이 현저히 요구되는 업무는 법인• 단체 또는 그 기관이나 개인에게 맡기고 있다 (민간위탁제도, 「지방자치법」 제117조 제3항).
민간위탁제도의 시행 목적은 무엇보다 비용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있다. 정부가 직접 수행할 때 드는 비용(X)과 민간위탁을 했을 때 드는 비용(Y)을 비교할 때 Y가 X보다 적어야 하고 품질도 Y가 우수해야 한다. 세금이 투입되어 운영하는 제도니 지출내역도 투명해야 한다.
비용의 효율성 확보를 위해서는 사업과정에 경쟁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에 따라 민간위탁 대상자(수탁자)는 원칙적으로 공개 모집을 한다. 수탁자는 매 사업연도마다 사업비 결산서 검사인으로부터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받아 위탁자에게 제출한다. 비용지출의 투명성 확보를 위함이다.
최근 서울특별시 의회는 사업비 결산서 검사인을 기존의 회계법인 또는 공인회계사에다가 세무법인 또는 세무사를 추가한 조례개정안을 의결하였고 서울특별시장은 해당 개정안이 공인회계사법 제50조를 위반하였다며 대법원 에 조례안 재의결 무효 확인 청구를 하였으나 기각 결정을 받았다(대법원 2022추5125, 2024. 10. 25. 선고).
살피건대,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성 검사는 국민의 혈세인 민간위탁 사업비를 세금낭비 없이 제대로 썼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라 지나치게 인적 또는 물적 요건 등에 집착하여 진입을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업자 선정이나 사업비 결산서 검사인의 선정 과정은 공개경쟁을 통해 결정하고 그 권한만큼 책임도 지게 해야 한다. 제 역할도 못하면서 특정한 자격사를 위한 '밥그릇'으로 전락하는 것은 국민에게 최악이다.
그래야 그간 사업비 부실검증과 부정부패가 사라진다.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의 규칙이 잘 보장되어야만 시장경제가 발전하고 민간위탁 분야의 지속적인 성장도 가능하다.
사업비 결산서 검사인에 세무사 또는 세무법인'이 포함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지방정부에서 세금을 허투루 쓰는 것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세무법인들은 특정 민간위탁사업자(A)의 사업비 결산서 검사보다 훨씬 책임성이나 난이도가 높은 성실신고확인이나 세무조정계산서를 작성하여 A의 세무신고를 하는 등 공적인 업무를 차질 없이 수행해 왔다.
사업비 결산을 제대로 하여야만 이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성실신고확인이나 세무조정신고도 가능하다. 이들에게 상위 업무는 하게하고 하위 업무는 못하게 하는 규정이나 편견이 있다면 이는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 더 큰 것은 언제나 그 안에 그 보다 작은 것을 포함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체 검증 매뉴얼을 만들어서 그대로 외부 검사가 진행되었는지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시민단체나 제삼자의 전문가집단을 통해 사업비 결산서 검사인에 대한 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를 검사인 선정에 반영하면 된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가 술꾼에게 물었다. 무얼 하고 있어 요? 술을 마시지. 왜 술을 마셔요? 잊기 위해서지. 무엇을 잊기 위해서요? 부 끄럽다는 걸 잊기 위해서지. 부끄러운 게 뭔데요? 술을 마시는 게 부끄러워! 목적과 수단이 뒤바뀌고 그 과정에 자기 욕심이 투영되어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지면 이런 논리적 오류에 쉽게 빠질 수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정부의 예산지출의 적정성을 기하고 행정의 효율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민간위탁 사업에서의 불합리한 장벽을 제거하고 원칙적으로 공개경쟁과 권한에 걸맞는 책임성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다. 민간위탁 제도 사업비 결산서 검사인 확대를 둘러싼 논란도 예외는 아니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 월드텍스연구회 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