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 F4 회의 후 기자간담회...계엄 사태 이후 경제·금융 동향 설명
李 "현재 단기 금융시장 안정 찾아가...새 뉴스 없다면 계엄 이전으로 돌아갈 것"
"금리 경로 및 성장률 전망치 변경할 단계 아냐...경제 흐름 지켜보면서 결정"
"국내 상황보다는 美 차기 정부 경제 정책이 더 큰 영향...예상하기 어려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환율 변동에 대해 안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5일 비상계엄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급격 올랐다 내린 점과 관련해 "비상계엄 사태가 당연히 부정적 뉴스이기 때문에 환율이 1,410원으로 약간 오른 상태지만, 이후 새로운 충격이 없다면 천천히 내려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수장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계엄 사태 이후 환율 전망 관련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태가 경제 전망이나 금리 인하 등 통화 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선제적 금리 인하는 경제 전망이 바뀌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새로운 정보가 없기 때문에 경제 전망을 바꿀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탄핵 정국이 본격화돼도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판단 하에 현재로서는 정책 전환 필요성이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 총재는 이번 사태 후 금융시장은 단기적으로 안정됐다고 평가했다. 사태 직후 외환·금융시장에 패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F4의 단기적으로 중요한 과제였는데 즉각적 조치로 당일 새벽 급등한 환율이 계엄 해제 조치 이후 다시 하락했고, 비록 1400원대의 흐름이지만 전날도 안정적인 수준이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우리가 생각한 방향대로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단계"라며 "새로운 뉴스가 없는 한 금융시장은 계엄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급작스런 계엄 사태로 금융시장에 미칠 수 있는 변동성 확대 등 충격을 완화하는 것으로 읽혀졌다.
이 총재는 이후 경제 흐름을 지켜보면서 금리 정책을 결정할 것임도 거듭 밝혔다. 그는 "내년 2월 경제전망을 할 때 새로운 데이터를 보고, 그 전망에 맞춰서 금리 경로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후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8월 예상치(2.4%)보다 0.2%포인트(p) 낮춘 2.2%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또한 기존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향후 탄핵 정국이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선 이 총재는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장기적으로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두 전 대통령 때 벌어졌던 상황을 근거로 들면서다.
그는 "앞으로 이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 지는 짧게, 혹은 길게 갈 수도 있어 예측하기 어렵고,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있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데이터를 보면 단기적인 영향 적었고, 중장기적인 영향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두 번에 경험을 봐도 경제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며 "물론 과거가 반드시 반복(되풀이)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경험에서 봤을 때 정치적인 프로세스와 경제적인 프로세스는 분리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 분열이 거시경제 및 금리 정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한편 이 총재는 국내 상황보다는 미국 차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더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경제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수출 모멘텀이 주요국과의 경쟁 관계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 등 중장기적 요인이 오히려 전망을 바꾸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어느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예상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 경제의 이번 사태가 국가 신인도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엔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 계엄이 일어났다"며 "경제 펀더멘털, 경제 성장 모멘텀이 있고, 이것들이 정치적 이유하고 분리돼있는 만큼 우리 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 쿠데타와 다르게 큰 충격 없이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됐다는 건 다른 면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나 제도가 성숙됐다는 걸로 보이기 때문에 국가 신인도가 크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