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포럼, 금융위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표 정면 비판..."사후약방문 안 되길"
포럼 "상법에 주주 충실의무 원칙 규정은, 韓자본시장 신뢰 회복 위한 최소한 조건"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가운데)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거버넌스포럼은 3일 논평을 내고 "상장회사 합병과 물적분할 후 재상장 제도만 개선하는 기술적인 덧붙이기만으로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무너진 신뢰가 회복되지 않는다"며 "상법에 전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원칙을 규정하는 것이 바로 무너져가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포럼은 "사후약방문으로 점철된 지난 30년의 전철을 밟지 말자"고 주장했다.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원칙은 다른 모든 제도 개선의 첫 단추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앞서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합병 등 자본거래 시 이사회 의견을 투명하게 제공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주의 이익을 적극 고려하는 환경을 조성해 주주이익 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일반주주 이익 보호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방향'을 밝혔다.
개정방향의 골자는 상장법인이 합병(분할·분할합병 포함), 중요한 영업·자산의 양수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 및 분할·분합합병 등을 하는 경우 그 이사회는 합병 등의 목적, 기대효과, 가액의 적정성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는 등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비(非)계열사간 합병뿐만 아니라 계열사간 합병 등에 대해서도 가액 산정기준 전면 폐지 ▲원칙적으로 모든 합병 등에 대해 외부평가기관에 의한 평가·공시 의무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주주(대주주 제외)에게 공모신주 중 20% 범위 내 우선배정 ▲거래소의 일반주주 보호노력 심사하는 기간 제한(5년) 삭제 등도 포함됐다.
거버넌스포럼은 "기존에 논의해 왔던 상장사 합병제도 개선 및 물적분할 후 상장문제 해결 등은 개선돼야 할 사항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것으로 상법상 주주충실 의무 또는 보호의무를 대신하려는 것은 상법 개정 논의가 나온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주주가 투자한 재산이 지배주주 이익을 위해 활용되는 유형은 합병과 분할 등 자본거래뿐 아니라 일감몰아주기, 사익편위행위, 통행세 거래와 같은 부당내부거래, 자사주 제3자 처분이나 자사주를 이용한 지주회사 전환, 주주 이외의 제3자나 일반에 대한 증자나 저가 증권발행 등 매우 다양하다"면서 "어느 하나를 금지하면 다른 유형이 나타나는 풍선효과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은 모두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는 원칙 없이 기술적으로 그 때 그 때 절차적으로, 행정적으로만 금지하려다 보니 발생한 것"이라며 "'전체 주주를 위한' 대원칙 없이는 어떠한 법령상 절차도 악용되고 우회될 수 있다는 점을 통렬하게 깨닫고 나온 것이 상법상 주주 충실의무 또는 보호의무 명시 논의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포럼은 어느 법이나 원칙은 추상적인 것이 당연하고, 부작용이 우려되면 빠르게 후속 입법을 해야 하는 것이지 원칙을 명시하지 말자는 주장은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도 밝혔다.
포럼은 "원칙이 추상적이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대원칙을 명시하지 말자는 주장은 의아하다"며 "원칙은 구체적인 규정을 모르는 일반인에게 행동의 '방향'을 설정하고, 미처 입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보충적'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발생한 일반주주 이익침해 해결보다 앞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다른 유형의 일반주주 이익침해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더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어떤 유형의 일반주주 이익침해 사례가 나오더라도 해결할 수 있는 기본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훨씬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시장의 신뢰란 불확실성 해소에서 나온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신의성실원칙을 기초로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세부적인 후속입법을 마련하는 것이 순리이고 일의 순서라는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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