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조례 개정안 기재위 회부.. 회계업계 집단 반발
회계업계 "세무사는 비전문가" vs 세무업계 "대법원 판결로 끝난 사안"
◆ (이미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회계업계가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업무를 세무사에게 허용하는 내용의 경기도의회 조례 개정안 통과를 막기 위해 단체행동에 나섰다.
지난 10월 25일 대법원은 서울시의회가 의결한 조례안, 이른바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에 위탁한 사업비 결산서 검사를 세무사도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 내용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해당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을 막을 관련 법령이 없으며,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검사의 업무 특성상 반드시 공인회계사만 수행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장의 자치사무로, 지방의회는 수탁기관의 사업비 집행에 관한 관리·감독에 관해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며 "관련 법령 어디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 그 사무를 민간위탁한 경우 수탁기관에 대해 반드시 공인회계사법상 '회계 감사·증명'을 거쳐야 한다고 제한하는 법령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판결로 서울시에서는 기존에 회계사만 하던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 업무를 세무사도 할 수 있게 됐다. 경기도의회 역시 같은 내용을 담은 조례 개정안을 정승현 도의원이 대표발의해 상임위에 회부한 상태다.
이에 회계업계는 강하게 반발하며 조례안 통과 저지에 나섰다. 특히 경기도의회가 입법예고한 자치법규안에는 3만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이례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 회계업계, 성명 발표 등 집단반발 "회계감사 하향 변경 조치, 세무사는 비전문가"
지난달 24일 경기도의회 앞에서 공인회계사 직역수호위원회 정기훈 회계사가 1인 시위를 벌이며 조례 개정 반대 의사를 밝혔다.
정 회계사는 "경기도의회는 '사업비 결산서 검사'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회계감사를 결산서 검사로 용어만 변경한 뒤, 세무사도 해당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례를 무리하게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경기도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무는 '회계에 관한 감사·증명'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한 자가 검토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업계는 청년·여성 회계사 단체 성명서를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조례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연간 약 1조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업의 회계감사를 간이화해 비전문가인 세무사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공공재정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지난 10월 29일 성명을 통해 "지방재정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지방자치단체 예산이 투입되는 민간위탁사무의 수탁기관 결산서 검사를 반드시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률 개정 역시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위법에서 근거를 명확히 해 조례 개정을 저지하려는 셈이다.
■ 세무업계, "대법원 판결로 이미 끝난 이야기.. 결산서 검토는 회계감사 아닌 검증"
반면, 세무업계는 동일한 내용을 담은 서울시 조례안에 대해 대법원이 이미 판결을 내린 만큼 논란이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사업비 결산 검사를 회계감사로 규정해 회계사만 업무를 수행하도록 제한한 기존 관행이 이번 판결로 정상화됐다는 것. 세무업계는 세무사도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 검사에 참여할 수 있게돼 효율성이 올라가고, 비용부담이 완화되어 국민편익이 제고됐다는 평을 내고 있다.
임채철 세무사회 법제이사는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서 검사는 '위탁협약과 지방자치단체 세출예산 집행기준에 따라 작성된 결산서를 검증하는 것으로 기업회계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인건비, 운영비 등 위탁사업에 들어간 '세출의 적적성'을 검증하는 게 주 업무로, 실제 보고서에도 검증의견이 들어가지 감사의견이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세무사회는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회계연도 결산서 검사와 의견서 작성을 지방의회 의원, 세무사 및 회계사가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수탁기관의 사업비 집행에 대한 검사업무도 전문가의 범위를 넓혀 수행하자는 게 조례안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원회 상임위에 회부돼 있는 '경기도 사무위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1480)'은 이달 16~18일 열리는 상임위를 통과하면, 19일 열리는 마지막 7차 본회의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