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트남 양국 거주자인데, 해외 배당금에 과세?…엇갈린 1·2심

국내와 해외 모두에 주거를 둔 이중거주자라도 인적, 경제적으로 더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 어디냐에 따라 과세 기준을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3부(정준영 김형진 박영욱 부장판사)는 A씨가 서울 양천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부과처분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달리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3년경부터 베트남 박닌 시 합린 공단에서 페인트 니스 유통사업을 위해 회사를 설립해 운영해왔다.

문제는 A씨가 회사로부터 지급받은 2017년, 18년 배당소득 중 각 2억5400만원, 2억9000여만원을 국내로 송금하고, 종합소득세 신고시 소득금액으로 넣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세무당국은 A씨에게 '대한민국 소득세법에 따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있는 거주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2017년 귀속 종합소득세 9100만원, 2018년 종합소득세 1억1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A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으나 기각됐고, 결국 과세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2016말경부터 생활 근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했으므로 2017년,18년 과세기간 동안 국내에 주소를 둔 거주자에 해당하지 않고(주위적 주장), '대한민국과 베트남 정부간의 조세 조약'에 따라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베트남이므로 베트남 거주자로 보아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예비적 주장)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먼저 A씨가 과세기간 동안 연간 183일을 초과해 베트남에 체류함으로써 베트남 거주자로 인정되나, 이 이유만으로 국내 거주자에 해당함을 부정할 수 없다며 원고의 주위적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가 2016년말경 본격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국내 아파트에 주민등록을 유지한 점, A의 가족들이 과세기간 동안 국내 체류하고 베트남에 생활 근거지를 두지 않은 점, 국내로 송금한 배당금은 국내 부채를 상환하거나 가족들 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점 등에 비춰 A씨가 양국 거주자의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비적 주장에 대해선 A씨가 양국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으나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베트남이므로 과세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간주될 것인지는 대한민국과 베트남 조세조약 제4조 제2항에 따라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는 국가 △인적·경제적 관계가 더욱 밀접한 국가 즉,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 등 순서에 따라 판단하게 된다.

재판부는 A씨가 수시로 국내에 입국하여 가족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생활한 동시에, 원고가 베트남 정부로부터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아 본인 명의의 아파트를 임차해 생활했으므로 과세기간 동안 양국에 항구적 주거를 두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특히 A씨의 회사는 과세기간인 2017년엔 약 23억원의 자산과 함께 76억원 매출을 거두고, 2018년엔 자산이 약 31억원으로 증거하는 등 A씨가 주된 사업활동을 영위하는 베트남이 매우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진 곳이라고 봤다.

또 피고가 베트남에서 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선 이 사건 회사와 같은 1인 유한책임회사가 법인세를 납부하고 그 1인에 대한 배당금은 과세대상 개인소득에서 제외되는 베트남 소득세법령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A씨가 국내 사업장의 월 80만원 상가 임대수입은 베트남에서의 수입과 비교해 미미하고, 상가를 2019년 매도한 동시에 사업장은 폐업하는 등 국내의 경제활동 영역을 점점 축소해 갔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결국 "A씨의 일부 배당금이 국내 생활비나 보험료 등으로 소비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베트남보다 국내에 더 밀접한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의 가족들이 국내에 체류한다는 사정만으로 A씨가 중대한 인적 관련성을 국내에 갖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무당국은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과세기간 동안 대한민국과 베트남 모두에 항구적 주거를 두고 있었으나, 인적·경제적으로 더욱 밀접하게 관련된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는 대한민국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원심과 달리 판단했다.

2심은 "쟁점은 유한책임사원인 원고 개인의 배당소득에 관한 소득세 부과처분"이라며 "각 배당금의 원천이 베트남 회사의 영업활동에서 비롯된 사정만으로 소득세 부과처분의 거주지 국가를 결정함에 있어 중대한 이해관계의 중심지가 베트남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베트남 소득세법령에 따라 1인 유한책임회사가 법인세를 납부한 이후 그 1인에 대해 지급하는 배당금은 과세대상 개인소득에서 제외된다고, 반드시 베트남에만 과세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더해 A가 지급받은 배당소득 중 과세기간 동안 연도별로 약 60~65% 상당액의 배당금을 국내로 송금해 금융기관 대출채무를 변제하거나 의료비, 보험료, 생활비 등 원고와 가족들의 국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재원으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2015년, 16년에는 국내로 송금받은 배당금을 배당소득으로 합산해 신고했는데, 이 사건 과세기간에는 배당소득을 신고하지 않았다"며 "회사와 관련한 배당소득은 베트남 소득세법에 의하고, 국내 사업장과 관련한 사업소득은 대한민국 소득세법에 따르겠다는 것인데, 각 사업장이나 회사 소재지별로 거주지 국가를 달리 적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판시했다.

따라서 "소득세법과 양국 조세조약상 국내 거주자임을 전제로 이 사건 각 배당금에 대하여 이뤄진 과세는 적법하고, 이에 반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며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