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18일 오전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금감원, 검사 결과
檢·금감원, 우리銀인 부당대출 자행 사실 인지하고도 당국 미보고 혐의
◆…서울 중구 소재 우리금융·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우리금융 제공］
검찰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과 관련,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본점 압수수색에 나선 지 불과 하루 만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이로써 올 연말로 임기가 종료되는 조 행장의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전날(18일) 오전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손 전 회장 부정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금융지주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조 행장이 피의자로 명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장 취임한 이후에도 불법적 대출이 자행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즉시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24일부터 5일간의 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와 우리은행(은행장 조병규)에 대한 사전검사를 마무리하고 11월 2일부터 '정기검사'에 돌입했다. 이는 내년 하반기 예정이었던 것을 1년 앞당겨 실시한 것이다.
종합검사의 성격을 갖는 만큼 금감원은 은행검사국 및 관련부서 검사 인력이 대규모 투입됐다. 이 역시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이 정기검사를 1년 앞당긴 배경에는 손 전 회장 친인척 부정대출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이 사실을 조기에 인지하고도 이사회에 보고하지 않고 당국에도 늑장 보고했다고 판단한 점이 결정적으로 보인다.
은행법 제34조 3항 등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금융업무와 관련 소속 임직원 또는 임직원 이외의 자에게 횡령·배임 등 형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에는 이를 지체 없이 금감원에 금융사고로 보고하고 공시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지난 10월 중순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분야 국감장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손 전 회장 부당대출 등과 관련해 "이러한 중대 금융사고는 금융산업의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발생원인 등을 발본색원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한편, 책무구조도 안착 및 내부통제 강화를 지원‧점검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금감원 현장검사에서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 3일부터 올해 1월 16일 기간 중 손 전 회장 친인척이 관련된 법인 및 개인사업자 차주를 대상으로 총 41건(금액 616억원)의 대출을 실행하고 그 중 28건(350억원)이 부적정하게 취급된 것이 드러났다. 이에 금감원은 수사기관에 검사결과를 통보하고 우리은행 측도 관련자를 고소한 바 있다.
이에 지난 9월 6일엔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씨가 구속됐고, 같은 달 27일에는 김모씨의 조력자 역할을 한 임모 전 우리은행 본부장도 구속됐다.
한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진 않았다. 하지만 검찰과 금감원이 손 전 회장 부당대출 사고에 대해 엄중하게 다루고 있는 상황인 만큼 향후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임 회장의 피의자 전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임 회장은 앞서 지난달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장에서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정대출과 관련해 사건이 축소되거나 덮거나 책임이 당사자는 빠지고 타인에게 전가되거나 금감원 보고가 빠진 게 있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사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1차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은행 내 관련자를 중징계하고, 이도 부족해 2차 조사를 5월부터 시행했다"고 답했다.
이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책임지고자 한다"며 "결코 전임회장 등을 비호하거나 사건을 은폐 또는 축소하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고 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금감원의 검사도 지속되고 있어 정확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 성실히 협조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급기야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과 관련해 잘못이 있으면 자진사임하겠나?"라는 한 야당 의원 물음에 대해선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며 "제가 잘못해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함께 "지금은 조직의 안정, 내부통제 강화, 기업문화 혁신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직을 내려놓기보다 후속 대책을 마련하고 수습하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를 비공개로 열고 차기 행장 후보 선임에 대해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현재까지 롱리스트(전체 후보군)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오는 22일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윤곽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결과 발표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조세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금융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터져 나온 상황에서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조병규 은행장이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