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러 정부 로스트네프·가즈프롬 네프트·루코일 합병 논의 중"
합병시, 세계 2위 최대규모 생산기업…美엔손모빌 생산량 3배
"푸틴, 에너지 산업 통제력 강화 동시에 서방 제재 대처 용이해져"
OPEC+ 내 영향력 커져…국제 원유 가격 변동성 증대시킬수도
◆…러시아 정부가 로스트네프, 가즈프롬 네프트, 루코일 등 3대 석유 기업을 통합해 하나의 거대 석유기업을 설립하는 계획을 검토중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를 이용해 전쟁 경제와 국가 재정을 지지하려 하고 있으며 동시에 석유시장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러시아 정부가 로스트네프, 가즈프롬 네프트, 루코일 등 3대 석유 기업을 통합해 하나의 거대 석유기업을 설립하는 계획을 검토 중이다.
계획이 실행될 경우 합병된 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다음으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업체가 될 전망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를 이용해 전쟁 경제와 국가 재정을 지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석유 시장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9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러시아 정부가 국영 거대 기업인 로스트네프를 중심으로 천연가스 수출 기업인 가즈프롬의 자회사인 가즈프롬 네프트와 민간 석유회사인 루코일을 합병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세 기업 모두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다.
이렇게 합병된 기업은 아람코에 이은 세계 최대 원유 생산 기업이 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전망이다.
로스트네프의 일일 생산량은 380만 배럴, 가즈프롬 네프트는 140만 배럴, 루코일은 210만 배럴에 달한다. 더하면 730만 배럴로 미국 최대 최대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의 생산량(260만배럴)의 3배에 달한다. 아람코의 하루 생산량은 1100만배럴이다.
소식통은 친환경 에너지의 비율이 증가하면서 석유 시장이 수요 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경쟁할 수 있는 거대 기업을 구상해 전쟁 노력을 지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전쟁 후 국제사회와 경제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의미가 있다.
아울러 합병은 푸틴 대통령의 에너지 산업 통제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제재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거대 석유 기업을 탄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간 기업 루코일을 국영화하는 것은 러시아 자원 산업의 국유화를 더욱 공고히 하는 중대한 조치가 될 수 있다.
러시아 경제에서 석유와 가스는 생명줄과 같으며, 연방 수입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조처된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가 경제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이 석유 산업이다.
WSJ은 또한 합병된 기업이 인도와 중국과 같은 지역의 고객으로부터 더 높은 가격을 끌어낼 수 있다고 짚었다. 루코일이 보유한 두바이 기반 무역회사 리타스코의 네트워크를 활용할 시 러시아는 현재보다 배럴당 10~15달러 높은 가격으로 원유를 판매할 수 있다. 이는 러시아가 서방 제재로 인해 제한된 수익성을 일정 부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및 서방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원유에 배럴당 60달러 가격상한을 설정하는 제재를 조치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 내 힘의 균형을 재편할 수도 있다. 이는 OPEC+가 설정하는 생산량 목표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국제 원유 가격 변동성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
다만 WSJ은 소식통을 통해 지난 몇 달간 기업 임원들과 정부 관리 간의 회담이 진행되고 있으나 일부 로스트네프와 루코일 임원의 반대와 루코일 주주에게 지불할 자금을 모으는 것이 합병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