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이후 채권 저가 매수 진입 전략 유효할 것" [KB·신한투자證]

여론조사 박빙이지만 대선 베팅업체 폴리마켓 '트럼프 승리 가능성' 점쳐

KB證 "트럼프 승리 가능성 ↑, 미 국채 10년 금리 4.2% 상회...7월말 이후 최고치"

신한투자證 "한은 금리 인하 단행한 현재는 2016년 트럼프 당선 시와 상황 달라"

오는 11월 5일(현지시간·한국시간 5일 14시) 치러지는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점차 커지면서 채권시장은 대선 이후 저가 매수 진입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대선 베팅업체인 폴리마켓이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좀 더 높게 본 점을 주목했다. 비록 월스트리트 저널(WSJ) 등에서 일부 계좌에서 조작했다는 의문도 제기됐지만, 여론조사와 달리 베팅하는 사이트에서 높아지고 있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KB증권에 따르면, 폴리마켓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을 64.3%로 반영하고 있다.

KB증권 임재균·이정욱 연구원은 이날 '트럼프 승리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는 금리' 제하 보고서에서 "11월 미 대선이 2주가량 남은 상황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여론 조사에서 여전히 해리스가 우세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근소한 차이이며 오차범위 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20년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를 보면, 여론조사보다 트럼프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번 선거에도 2020년과 같은 모습이 나타난다면 여론조사에서 박빙을 보이고 있는 주요 경합주에서는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상원과 하원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가능성도 각각 85% 및 52%로 우세하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라고 임 연구원을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11월 5일 미국 대선이 2주가량 남은 상황에서 공화당의 싹쓸이(sweep) 가능성이 높아지며 미 국채 10년 금리는 4.2%를 상회하면서 7월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되면서 국채 발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단기간 금리는 상승하겠지만, 일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오히려 길게 놓고 봤을 때 트럼프의 승리로 금리가 상승한다면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 시 시장이 크게 걱정하는 것은 재정적자 확대로 장기물 채권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2017년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확대됐지만,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들의 평균 만기는 감소했고, 법인세와 소득세 인하가 실행된 2018년 이후에도 신규로 발행되는 채권들의 평균 만기는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장이 걱정하는 것과 같이 장기물 채권 비중을 크게 확대하지 않는다"며 "더욱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만큼 금리가 높더라도 단기물을 발행해 롤오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임 연구원은 또한 2017년과 통화정책 사이클도 차이를 보이고 있음도 주목했다. 다만 연준은 2018년 분기 한 차례씩 금리를 인상한 점과 현재 연준이 금리인하를 시작한 점은 차이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은 2017년 금리를 인상하고 있던 연준과 차이를 보이고 있고, 시장도 상당 부분 선(先)반영했다는 점이다.

그는 "폴리마켓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기 시작한 9월 말 이후 미 국채 2년과 10년 금리는 각각 42.8bp 및 47.6bp 상승했고, 동기간 프리미엄은 각각 24.2bp 및 30.4bp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당 부분 상승했지만,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반영되면서 기간 프리미엄도 반등했다"며 "2017년 트럼프가 당연히 패배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전혀 대비 하지 못했던 당시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미 대선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채권시장은 대선 이후 저가 매수 진입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했다.

안재균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역시 폴리마켓처럼 대선 결과에 돈을 걸고 베팅하는 사이트와 실제 여론조사 결과 차이가 확대된 점에 주목했다.

안 연구원은 "폴리마켓 기준으로 8∼9월 말까지 트럼프와 해리스는 박빙이었지만 10월 이후 트럼프 64%, 해리스 36%로 격차가 28%p로 벌어졌다"서 "반면 미 여론분석기관 '파이브서티에이트' 기준 여론조사에서는 양 후보의 격차가 1.8%p로 줄었지만 해리스가 아직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환율 변동과 관련해선 "10월 원·달러 환율이 50원 가량 상승했는데 2016년 동기간에는 30원 내외 상승했다"면서 "2016년과 달리 현재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됐고, 트럼프 당선 시 약 달러가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6년 대비 트럼프 당선을 선반영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당시 대선결과 확인 후 금리 및 환율 급등세 출현 가능성은 낮다"면서 "올해 대선은 불확실성이 높고 재정적자 우려로 금리 상승이 선반영 결과로 나타나고 있지만 대선 이후 저가 매수 진입 전략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국 달러는 22일(현지시간) 2개월 반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와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엔화와 유로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 지수는 지난 8월 2일 이후 최고치인 104.10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약 3.3% 상승해 2022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월별 상승폭을 기록할 전망이다.

달러는 최근 3주 연속 상승세다. 엔화 대비 달러는 7월 31일 이후 최고치인 151.19까지 치솟았다.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긍정적인 경제 지표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 규모와 속도가 줄어들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 또한 17거래일 중 15거래일 상승하며 이날 4.222%를 기록, 지난 7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CME의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11월 회의에서 금리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89.6%로 점치고 있다. 동결 가능성은 10.4%로 상승했다. 한 달 전만 해도 연준의 '빅컷'(50bp 인하) 가능성은 50.4%에 달했다.

아울러 미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승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는 것도 달러화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상승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폴리마켓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66%까지 상승했다. 반면 해리스 민주당 후보의 당선 확률은 34%로 전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