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인 것처럼 월권" 지적에 이복현 "상황상 그렇게 한 것"

與 권성동 의원 "금감원, 금융위 하부조직...위임 건만 조사·감독해야" 지적

"직권 남용과 행정 지도, 경계선 상에 있다" 이례적 질타

이복현 "불편드린 점 사과"..."다만, 제가 발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따른 것"

여당 국회의원이 이례적으로 금융당국 수장 중 한 명이 금융감독원장을 강하게 질타하고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위 하부조직인 금감원 이복현 원장이 금융정책 관련 다양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정책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5선·강원강릉)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기관 국정감사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을 향해 "(이복현)금감원장이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주요 금융정책에 대한 발언이 너무 잦다"며 "마치 본인이 금융위원장인 것처럼 월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정책 관련 오락가락한 발언을 비롯해 공매도,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과 관련한 의견 등 그간 이 원장 발언과 선을 넘는 행태를 보인 점을 거론하면서다.

권 위원은 "금융정책이나 제도에 관한 최고 의사결정기관은 금융위이고 금감원은 금융위의 하부 조직으로서 금융위가 위임하는 사건만을 검사하고 감독하게 돼 있다"며 "그런데 금감원장이 금융정책에 대해 너무 잦은 발언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 금리와 관련한 상반된 발언으로 시중은행 대출 정책을 (금융권의 이해를) 오락가락하게 했고, 또 공매도 사태와 두산 합병 등에 대해서도 조사도 하기 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의견을 계속 전달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보험회사 인수합병(M&A) 건도 금감원과 소통하지 않았다고 발언했다"며 "헌법과 법률에 위임된 권한만 행사할 수 있는데 (금감원장이) 법적 근거 없이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행사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이냐"고 질타했다.

금융정책·금리 관련한 행정지도 등은 금융위원장이 해야 하는데 권한을 위임받지 않은 이 원장이 관련 발언을 한 게 권한남용 및 월권행위라는 지적이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말이 행정지도지 직권남용이 될 지의 경계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행정지도를 할 때 문서로 해야 하는 부분을 직접 만나거나 구두발언을 통해 지도에 나서는 게 잘못된 태도와 관행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드리고 미숙한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힌 뒤, "금감원장으로서 제가 발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 원장은 권 의원의 지적사항을 일일이 언급하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먼저 "공매도에 대해 발언한 것은 경제팀 내에서 합의가 된 내용이거나 공감한 내용"이라면서 "당시 상황 상 감독원장인 제가 공매도 재개 가능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이 불법공매도를 적발하고, 공매도 금지 또는 전면 재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시각을 가진 해외 투자자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두산 계열사 합병 건과 관련해선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한 건 맞지만, 외부적으로 발언한 적은 없다"면서 "정정신고서를 낸 두산 측에 정정 요구만을 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건에 대해선 "제가 다 잘했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사후적으로 검사 이후 언급하는 것은 당국 역할의 방식에 한계가 있다"면서 "자산운용 정책과 관련해 앞으로 어떤 부분을 살펴보겠다는 건 메시지 등을 통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고 적극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