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상 원시취득 후 사용승인 있으면, 그 날이 과세상 취득시기임

건축물을 건축하여 취득하는 경우에는 사법상 원시취득 여부와 무관하게 사용승인일과 사실상의 사용일 중 빠른 날이 그 건축물의 취득일이 되고, 당시의 건축물 소유자가 취득세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판단한 판례가 다시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건축물을 건축하여 취득하는 경우에는 사용승인일과 사실상의 사용일 중 빠른 날이 그 건축물의 취득일이 되고, 당시의 건축물 소유자가 취득세 등의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건축물의 취득시기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비록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었고 그 건물에 대하여 사용승인을 신청하였다거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그 건물에 대하여 취득세 등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통상적인 경우 건축주가 건물을 건축하여 사용승인을 받고, 건축된 건물을 건축물대장에 등록한 후 등기부에 소유권보존등기를 한다. 이 때 세법은 사용승인서를 내주는 날과 사실상의 사용일 중 빠른 날을 취득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건물의 사용승인을 받기 전이라도 소유권에 관한 등기 등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 가령 채무자인 건축주가가 건물을 건축 중인데, 채권자가 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여기에 대하여 가압류 또는 가처분의 등기를 하거나 소유권보존등기를 하는 경우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채권자는 건축중인 건물로부터 채권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이 사건에서 건축주는 사용승인을 받지 않은 건축물에 대하여 가압류등기촉탁에 따라 건축주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이루어졌다. 그 후 건축주와 원고가 신탁계약을 체결하여 수탁자인 원고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었다. 그런 다음 해당 건축물의 사용승인이 있었다. 지방세당국은 사용승인을 받은 시점의 소유주인 원고가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는 입장이었고, 원고는 소유권보존등기 시점의 소유주인 건축주가 이를 부담한다는 입장이었다.

세법은 과세물건을 '취득'하는 때 취득세 납세의무가 성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건축물을 건축하여 취득하는 경우 '사용승인서를 내주는 날과 사실상의 사용일 중 빠른 날을 취득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이미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면 원래의 건축주가 그 건물의 소유권을 원시취득하고,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이루어지면 독립한 부동산으로서의 건물의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보아 왔다(대법원 2002. 4. 26. 선고 2000다16350 판결 등 다수).

이와 같이, 판례로 확립된 사법(私法)상 건축물의 원시취득시기와 세법 해석상 건축물의 원시취득시기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판결은 세법상 원시취득과 사법상 원시취득을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사법상 원시취득 시점의 소유주인 건축주가 취득세 납세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세법 관련 규정의 체계와 문언 및 그 내용 등에 비추어보면, 건축물을 건축하여 취득하는 경우에는 사용승인일과 사실상의 사용일 중 빠른 날이 그 건축물의 취득일이 되고, 비록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있는 형태와 구조를 갖추었고 그 건물에 대하여 사용승인을 신청하였다거나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 하더라도 그 건물에 대하여 취득세 등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취득세와 관련하여서는 세법상 취득시기에 대한 규정이 적용되고, 취득 시점의 소유주가 취득세 등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사법과 세법은 그 규율의 목적과 체계가 상이하므로, 유사한 쟁점에 대하여 반드시 동일한 결론이 내려져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각 법마다의 해석을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을 열어 둠에 따라, 각 법률 고유의 목적에 맞게 보다 합리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타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처럼 사법과 세법이 분리되는 현상이 반드시 좋은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곧바로 떠올릴 수 있는 것으로, '어디까지는 같게 어디까지는 다르게 해석할까'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해당 법령에서 명시적인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면, 다른 법령상의 정의를 따라야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차용개념이다.

그런데 세법상 '취득'은 그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만 '원시취득', '승계취득'에 대해서는 별도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민법의 차용개념에 해당한다. "세법상 별도의 정의규정이 마련되어 있는 '취득'은 민사법과 달리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 하위개념인 '원시취득'은 오히려 민사법과 동일하게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것이 가능한가?"와 같은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이러한 까닭에, 대상판결을 비롯한 기존 판결들이 다소 어색한 느낌이 있다. 이후 대상판결과 마찬가지로, 사법(私法)과 다른 세법만의 고유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판결이 나온다면, 그 적용범위나 타당성 등을 면밀히 따져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 2023. 12. 28. 선고 2020두49997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