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22일부터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관련 추가 현장 검사
금감원 "부당대출 인지하고도 고의 미보고" vs 우리은행 "단순 여신심사 소홀"
관건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의 부당대출 인지 시점될 듯
◆…우리은행이 최근 터진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임종룡 지주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향후 행보에도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우리은행 제공 사진 합성］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단순 여신심사 소홀'로 간주해 금융사고 보고와 공시를 진행하지 않은 우리은행에 대해 추가 현장검사를 통한 재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현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관련 의혹을 인지하고도 고의로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위해 지난 22일부터 우리은행에 추가 인력을 파견했다. 이번 사건을 은폐하려고 의도적으로 금융사고 보고를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혹인 셈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금융감독원세칙, 2022. 3. 2. 일부개정)' 제67조(금융사고 보고)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그 소속 임직원 또는 임직원 이외의 자가 금융업무와 관련하여 기망, 권유, 청탁 등을 받아 위법‧부당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금융기관 또는 금융거래자에게 손실을 초래하거나 금융질서를 문란하게 한 경우 이를 지체없이 금감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다만, '감독원 검사에서 적출된 금융사고는 보고대상에서 제외하며,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하여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에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우리은행 측은 이 규정에 명시된 '여신심사 소홀 등으로 인하여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에는 이를 금융사고로 보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에 의거 보고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주장이고, 금감원은 '여신심사 소홀'로 인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셈이다.
특히 금감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대출 616억원 중 350억원 가량은 서류 진위 확인 누락 및 담보·보증 부적정 그리고 대출 심사 절차 위반 등 통상의 대출 기준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부적정하게 진행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자체검사 결과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발견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 6~7월 현장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금감원은 조사결과 우리은행 여신감리부가 지난해 9~10월 이 같은 부당대출 사실을 현 은행 경영진에 보고했고, 지주 경영진은 올 3월께 관련 내용을 인지한 것으로 파악됐는데도 금융당국의 현장검사 전까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리은행 측은 1~3월 자체검사에서 파악한 내용은 '단순 여신심사 소홀'일 뿐 금융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이 있다는 점은 2차 자체검사와 금감원 현장검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즉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돌입한 6월 이후부터는 보고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경영진이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을 인지한 시점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첫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금감원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사건을 발표하기 전엔 보도자료 또는 홈페이지 등을 통한 공지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 따르면, 임종룡 지주회장과 조병규 은행장에게 이번 부당대출에 대한 내용이 보고된 것은 지난 3월 18일이었다. 우리은행은 4월 해당 대출과 관련된 본부장을 면직했다.
우리은행은 이후 금감원의 발표와 현장조사가 진행되자 곧바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1차 자체검사 과정 중 발견된 특이 자금거래 동향 및 여신 감리 등을 기초로 '친인척 관련 여신' 전체를 대상으로 2차 자체검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이번 손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건이 금융권의 강력한 내부통제 시행과 맞물려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서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엄정한 잣대로 감독업무에 임해 달라"고 지시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된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규모 횡령과 전 경영진 친인척 부당대출이 연이어 터진 우리은행 현 경영진들의 사건 은폐 의혹 등 고의성이 있다면 배임 이슈도 있는 만큼 10월 국감에서 철저히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