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노조, 우리금융 향해 "인수 시 사용자로서의 지위 승계 합의서 체결해야" 주장
금융위 향해선 "노조 요구사항 완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 역할 충실히 해달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양·ABL생명과 우리금융지주에 고용안정과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사진=조세일보 자료사진］
동양생명·ABL생명노조가 양사를 한데 묶어 패키지 인수 대상으로 실사 작업 중인 우리금융그룹(회장 임종룡)을 향해 구조조정을 우려한 선제적 행동에 나섰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양·ABL생명과 우리금융지주에 고용안정과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
양사 노조는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우리금융지주가 최근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동양생명·ABL생명을 함께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인수를 위한 실사가 추진 중"이라며 "다자보험그룹의 최대주주는 우리나라 예금보험공사와 같은 중국보험보장기금으로 올해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한 뒤 내년에 다자보험그룹을 정리할 계획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노조는 이어 "생명보험업계에서는 애초 중국계 자본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동시에 인수할 때부터 중국계 자본이 과연 경영의지를 가지고 인수를 했는지 의구심을 가졌다"며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당시 속전속결로 인가를 허용하면서 현재 '먹튀'가 발생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금융위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동양생명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29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ABL생명도 지난해 순이익 804억원을 올린 흑자 회사임을 언급한 뒤, "중국계 자본이 이런 알짜배기 회사를 '먹튀'하겠다는데 금융위는 지금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사 노조는 우리금융을 향해서도 인수 완료 이전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사가 체결한 단체협약과 각종 합의서에 대해 인수회사가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승계한다는 합의서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인수 완료 이후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합병할 경우 이에 따른 인적 ·물적 구조 개편에 대해 노조와 교섭 및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금융위에 대해서도 "보험시장의 혼란과 고통은 고스란히 애꿏은 고객과 직원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노조의) 요구사항이 매각과정에서 완전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충실히 해달라"고 촉구했다.
양사 노조가 다자보험그룹이 구조조정 후 몸집을 줄여 매각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에 고객 보호와 직원들의 노동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한 제대로 된 매각을 촉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아직 양사에 대한 인수 여부에 대한 우리금융의 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이 비(非)은행 강화 전략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기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검토에 나섰다고 관측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지난 6월말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와 관련해 "그룹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두 회사 대주주와 비(非)구속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인수에 대해 협의 중이나 매각조건 등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실사는 현재 진행 중이며, 다음달초 마무리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동양생명 지분은 다자보험그룹이 42.01%, 다자보험그룹 계열사인 안방그룹이 33.33%를 보유하고 있고, ABL생명의 경우 안방그룹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안방보험은 2015년 6월 동양생명 인수, 2016년 12월 ABL생명 인수를 통해 우리나라 보험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후 중국 금융당국이 안방보험의 비상경영을 위해 다자보험그룹을 설립(2018년) 해 안방그룹을 흡수, 2020년부터 다자보험그룹 산하 보험사가 됐다.
이날 뉴데일리는 '동양·ABL생명 노조, 중국자본 '구조조정 먹튀' 우려…우리지주 "인수 협의 중" 제하의 기사를 통해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양·ABL생명과 우리금융지주에 고용안정과 인수 후 독립경영 보장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뉴데일리 보도에 따르면, 양사 매각 공동대책위원회는 현재 대주주인 다자보험그룹의 한국 시장 철수를 '먹튀'로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태갑 노조 생명보험업종 본부장은 "경영의지가 의심되는 중국계 자본에 금융위가 속전속결로 인가를 내줬을 때 예견했던 일이 발생했다"며 "이후 전 대표이사 배임 혐의로 부실회사가 돼 버린 회사를 흑자회사로 만드는 데 기여한 노동자가 매각 과정에서 소외돼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위원회는 직원의 노동 기본권 보장, 고객 혼란 방지를 들어 ▲인수 후 고용관계 유지 ▲우리지주 노사 단체협약 사용자 지위 승계 ▲노조 집행부 실사 면담 ▲인위적 구조조정·자회사 분리·특정 부문 외주화 없는 독립경영 보장 ▲동양·ABL 생명 합병 시 구조개편 노조 합의 ▲매각과정 노동자 고용보장 금융위 역할 요구 등 6가지 안을 사측과 우리금융에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금융이 인수를 최종 결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완료 후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은 이른 감이 있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