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율촌 김형준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율촌 제공]
대법원은 최근 "증여세와 같은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의 경우에는 구 국세기본법 제81조의6 제3항 각호에서 정한 세무조사대상 선정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더라도 같은 조 제4항에 의하여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가능하기는 하나, 그와 같은 세무조사의 상대방이 되려면 앞서 본 구 상증세법 제84조와 같은 개별 세법에서 정한 질문ㆍ조사권 행사의 상대방에는 해당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 다음 "구 상증세법 제84조 제1호에서 정한 '납세의무자'는 객관적으로 보아 상속세 또는 증여세의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납세의무가 성립한 사람을 말하고, '납세의무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는 위와 같은 '납세의무자'에 해당한다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에서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는 다른 기업의 세무조사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과세당국은 A기업의 세무조사에서 그 사주인 갑의 주식이 명의신탁된 것을 확인했다. 이 조사에서 과세당국은 A기업과 거래가 많고 A기업에서 임원으로 재직하였던 을이 설립한 이 사건 회사를 A기업의 위장계열사로 의심했다. 또한, 갑이 이 사건 회사가 발행한 주식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했다.
이에 따라 과세당국은 이 사건 회사와 그 주주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세무조사 결과 갑이 아닌 을의 주식이 명의신탁된 것을 확인됐고, 이 사건 회사의 주주에게 주식 명의신탁에 따른 증여세를 과세했다. 또한 이 사건 회사에게는 법인세가 부과됐다.
이에 대해 납세자는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대상 선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법은 '신고 내용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에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사건 회사와 그 주주에 대해 이러한 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사건 회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 법원은 법인세 신고에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명백한 자료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세무조사 개시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의 항소심 진행 중 과세당국은 이 사건 회사에 대한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였고, 원고는 소를 취하했다.
한편 과세당국은 이 사건 회사의 주주들이 제기한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이 사건 소송에서 세법의 다른 조항을 근거로 세무조사 대상 선정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탈루나 오류의 혐의를 인정할 증거는 없는 것으로 법인세 소송사건에서 확인되어 더 이상 이 사유를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따라서 과세당국은 다른 사유로 세무조사 대상을 선정했으므로 적법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법은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다. 세법은 먼저 정기 세무조사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신고의 적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조사이다. 다음으로 미신고 또는 탈세혐의가 있는 경우에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는 앞서 본 "신고내용에 탈루∙오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로 과세표준과 납부할 세액이 확정되는 부과과세방식 세목에 대해서는 이를 결정하기 위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여세는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이므로, 과세당국은 이 규정에 따라 세무조사를 실시하였으므로 적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먼저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의 경우 세법에서 정한 탈루나 오류의 혐의 등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세무조사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 가능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조사대상자가 개별 세법상 질문∙조사권 행사의 상대방에는 해당하여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증세법은 '납세의무자가 있다고 인정되는 자'에 대해 과세당국의 질문·조사권이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러한 자는 '객관적으로 보아 상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자'를 의미한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전제에서, 대법원은 원심판결이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납세자들이 이 사건 회사 주식을 명의신탁받아 증여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납세자들은 상증세법상 질문∙조사권 행사의 상대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세무조사는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증여세와 같은 부과과세방식 세목에서는 탈루나 오류의 혐의가 없더라도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로 과세표준과 세액이 확정되기 때문에 이러한 혐의가 없더라도 과세표준과 세액을 확정하기 위해서는 세무조사가 필요하다.
다만, 세무조사란 '질문∙조사권을 행사하여 과세요건의 충족 여부를 조사∙확인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하므로 그 개념상 개별 세법상 질문∙조사권 행사의 상대방에는 해당해야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하여 세무조사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통해 부과과세방식의 세목에 대한 과세당국의 자의적인 세무조사권 발동을 통제할 수 있다.
다만, 대법원이 상증세법상 질문∙조사권 행사의 상대방 여부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한 '객관적으로 보아 상증세 납세의무가 성립하였다고 합리적으로 추정되는 자'는 일종의 불확정개념이므로, 향후 판례를 통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돼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24. 3. 12. 선고 2021두32088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