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창사 이래 첫 파업 선언

“다음달 7일 연차 소진으로 단체 행동”
“삼성에 타격 아닌 메시지 전달이 목표”
“요구사항은 영업이익 기준 성과급 지급”

삼성전자 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29일 파업을 선언했다.

전삼노는 이날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에 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전삼노의 파업 선언은 올해 임금협상을 위한 노사간 본교섭이 파행으로 마무리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다. 전삼노는 "사측이 교섭에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나왔다"면서 파업 선언의 책임은 사측에 있음을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파업을 선언한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파업이 이뤄진다면 삼성전자 사상 첫 파업이 된다.

전삼노는 "회사는 노조 리스크를 이야기하지만 우리가 볼 때는 경영 리스크"라면서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마음에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삼노는 총파업이 아닌 연차 소진 등으로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전삼노 집행부는 먼저 조합원들에게 6월 7일 하루 연차를 쓸 것을 요청했다.

전삼노는 "총파업까지 갈 수 있고 파업이 실패할 수도 있지만 행동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회사에 타격을 주는 것이 아니라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삼노는 사측과 지난 1월부터 교섭을 해왔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중앙노동위원위원회 조정중지 결정, 조합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다.

전삼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제도"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것은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 지급"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불황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14조88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DS 부문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을 0%로 책정한 바 있다.

전삼노에 소속된 조합원 수는 2만8000여명으로, 이는 삼성전자 전체 직원의 22%에 해당한다. 지난해까지 1만명을 넘지 못했으나 성과급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조합원 수가 급증했다.

전삼노가 대대적인 파업에 나선다면 삼성전자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나, 실제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