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법인 국내용역 대가는 조세조약과 무관하게 '법인세법상 인적용역소득'

대법원은 2018. 2. 28. 선고한 2015두2710 판결에서, 과소자본세제의 초과이자 배당소득 처리와 관련하여,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에 관한 국내세법과 조세조약의 소득구분이 상이한 경우 국내세법상의 소득구분은 조세조약과 무관하게 효력이 있으며, 조세조약상 소득구분이 국내세법상 소득구분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판시를 하였다.

대상판결(서울행정법원 2022. 11. 25. 선고 2021구합68780 판결)은 대법원의 위와 같은 법리가 사업소득과 인적용역소득의 분류와 관련하여서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밝힌 판결이다.

대상판결과 관련한 사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다양한 종류의 선박과 해양 플랜트를 제작하는 회사로, 호주법인 및 미국법인과 각각 용역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러한 용역계약에 따라, 이들 외국법인은 직원을 원고에 파견하여 장비 설치, 시험, 시운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국내 용역 제공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함에 따라, 해당 외국법인들은 국내사업장을 가지게 되었으나, 별도로 이에 대한 사업자등록을 하지는 않았다.

원고는 이들의 용역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때, 한국과 호주, 미국 간의 조세조약에 따라 그 용역소득을 사업소득으로 분류하고 구 법인세법(2018. 12. 24. 법률 제1600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93조 제5호, 제98조 제1항 제1호를 적용하여 용역대가의 2%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였다.

과세관청은 국내사업장은 있으나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외국법인에게 인적용역소득을 지급하는 경우 조세조약에 따라 사업소득으로 구분하더라도 법인세법상으로는 인적용역소득에 해당하므로 20%를 원천징수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과소징수한 법인세와 원천징수 납부불성실가산세를 부과하였다.

원고는 이 처분에 불복하여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제기했으나, 모두 기각되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우리나라에 과세권이 있는 원천소득의 국내세법상 소득구분은 인적용역소득이나, 조세조약상으로는 사업소득으로 구분되는 경우,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28조에 따라 국내세법 적용 단계에서도 조세조약상 소득구분 규정이 우선되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조세조약은 체약국 사이의 과세권이 문제될 때 이를 조정함으로써 이중과세와 조세회피를 방지함을 목적으로 체결되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조세조약은 독자적인 과세권을 창설하는 것이 아니라 체약국의 국내 세법에 의하여 이미 창설된 과세권을 배분하거나 제약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라는 점을 언급하였다.

이에 따라, 조세조약을 적용할 때에는 (1) 일방체약국의 국내세법을 먼저 적용하여 국내 과세권의 발생 여부를 판정한 다음, (2) 국내 과세권이 인정되는 경우 조세조약을 적용하여 조세조약이 국내세법과 달리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서는 그러한 제약규정을 참작하여 과세권의 소재 및 비과세 여부를 판정하나, (3) 과세의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국내세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한다는 국내세법과 조세조약의 적용 절차를 제시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28조가 조세조약상의 소득구분과 국내법상의 소득구분이 다른 경우, 조세조약상 소득구분이 우선하여 적용되고, 따라서 조세조약상 소득구분에 따라 과세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였다.

대상판결은 대법원 2918. 2. 28. 선고 2015두2710 판결을 언급하며, 대법원은 조세조약상 소득구분은 원천지국 과세여부 및 제한세율 적용 판단에 한하여 우선 적용되는 것이지 국내세법상 소득구분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판시하였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28조가 해당 대법원 판결을 반영하여 삭제된 개정이유가 "조세조약상 소득 구분이 국내법상 소득구분을 결정하는 것으로 오해할 여지가 있어 (...) 해석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설명된 점 역시 고려하여, 구 국제조세조정법 제28조는 조세조약의 우위는 원천지국의 과세권 여부 및 제한규정을 적용하는 것에 제한되는 점을 확인하는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원고는 구 법인세법 제98조 제8항 중 괄호 부분을 근거로 하여, 원고가 제공한 용역과 같은 용역의 대가가 조세조약에 따라 국내원천 사업소득으로 구분되는 경우, 법인세법은 해당 소득은 인적용역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괄호 부분이 추가된 개정취지가 '미등록 국내사업장 귀속 인적용역소득 원천징수대상에 조세조약상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는 인적용역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기재된 점을 들어,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조세조약에 따라 사업소득으로 분류되는 인적용역대가라 할지라도, 일단 조세조약상 국내 과세권이 인정되고 별도의 제한세율이 적용되지 않는 한, 해당 소득에 대한 과세방법은 법인세법에 따른 인적용역소득에 대한 원천세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려,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상판결은 조세조약과 국내세법상 소득분류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조세조약상 국내의 과세권이 인정되며, 달리 국내세법을 제한하는 내용이 없는 한, 해당 소득에 대한 과세방법은 국내세법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이 사업소득과 인적용역소득 간 분류가 문제가 되는 사안에서도 적용된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비엔나 협약 제27조의 국제조약에 관한 존중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국내법인의 과세 방법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행정법원 2022.11.25. 선고 2021구합6878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