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 '선구제 후회수' 특별법 개정 우려 한 목소리

23일 정부합동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종합 토론회

28일 법 개정안 국회 통과 예정…기존 특별법 '실효성 없다' 지적 나와

정부, 그간 '선구제'의 재정적 부담, 구제범위 산정 등 문제적 지적해와

HUG "주택도시기금은 부채성 재원...여유 자금도 감소 추세"

법무부 "헌법적 차원에서 추가적 검토 필요...채권 매입가격 규정 모호"

금융위 "조 단위 기금재원 소요 대비 경매과정은 길고 복잡해 어려움"

국토부 "개정안 공포 1개월 후 시행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

정부가 야권에서 추진 중인 전세사기피해지원특별법 개정안, 일명 '선구제 후회수법'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3차례의 토론회를 거쳤지만 정부 관련기관은 특별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을 내놨다.

'선구제 후회수'는 채권 매입가격 결정 방법의 불확실성, 회수 시점의 모호성 등 정책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연결되므로 제도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장관 박상우)는 법무부(장관 박성재), 금융위원회(위원장 김주현)와 공동으로 23일 오후 한국부동산원에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 '전세사기 피해자법)에 대한 종합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달 24일과 30일에 이은 세 번째 정부 개최 토론회다.

이번 토론회는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세사기 피해자법' 개정안에 따른 기관별 역할과 예상되는 문제점 등을 논의하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해 더욱 강화된 주거안정 및 피해자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야당 주도로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고된 '전세사기 피해자법' 개정안은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골자다. '선구제'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에서 조달한다, 외국인 피해도 구제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지난해 제정된 기존 특별법이 '대환대출 외 실효성이 없다'는 피해자들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설명회 또는 간담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선(先)구제'의 재정적 부담, 구제범위 산정 난해, 재원의 부적절성 등을 지적해왔다.

이날 토론회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국토연구원과 관련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 해당분야별 주제 발표를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세피해지원팀 박종인 팀장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적극 매입하기 위해 기존 매입 절차와 요건 등을 간소화하고, 생업 등 불가피한 경우 피해지역 외 다른 지역의 공공임대주택까지 우선공급 대상을 확대하며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밝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피해지원기획팀 최우석 팀장은 '선구제 후회수'에 필요한 주택도시기금은 부채성 재원으로 여유 자금도 감소 추세에 있어 활용이 곤란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아울러 채권의 가치평가 방법의 모호성과 채권 매입비용 회수 방안의 비효율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주택도시기금 자체가 무주택 서민들 대상의 부채성 재원이고, 실제 여유 자금도 2021년말 49조원에서 올 3월말 13조9천억원으로 감소세라 활용이 곤란하다는 설명이다.

국토연구원 윤성진 부연구위원은 '선구제 후회수'는 채권 매입가격 결정 방법의 불확실성, 회수 시점의 모호성 등이 정책 운영상 어려움으로 연결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해당 제도의 보완 및 개선이 필요하고, 아울러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 방안 논의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김근용 한양대 융합산업대학원 교수를 좌장으로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전세사기 피해자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진행됐다.

법무법인 '감동으로'의 안형준 변호사는 "기존 전세사기 피해자법의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는 취지는 공감하나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외국인이 포함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사기가 아닌 파산의 경우, 특정인만 적용받을 수 있어 평등법 침해 여지 등 개정안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법무사협회의 정경국 법무사는 채권매입평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임차보증금채권 평가 시 조세채권은 등기부등본에 나타나지 않아 조회 할 수 있는 권리가 법안에 필요한 점, 금융기관의 질권 설정을 확인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점, 채권금액의 하한선에 대한 규정이 불명확한 점을 언급하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의 변웅재 변호사는 "법 조항들의 추상적 내용이 너무 많다"라며 "공정한 가치평가 방법이 개정안에 전혀 없고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더라도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택도시기금법, 한국자산관리공사 법안 등 기존 법안과도 상충하는 내용이 있어 많은 법적 문제와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최형규 검사는 "개정안 중 일부 내용은 헌법적 차원에서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의 핵심에 해당하는 최소 채권 매입가격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측면이 있는 등 조문에 대해 보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금융위원회 임형준 팀장은 "개정안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경매과정 중 후순위 전세사기 피해자의 '배당'을 늘리기 위해 선순위저당채권을 매입하는 방안은 조 단위의 기금재원이 소요되는 데 비해 길고 복잡한 경매과정을 통해야 한다"면서 "그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배당액이 실제 증가할지 여부가 불확실한 측면이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김규철 주택토지실장은 "주택도시기금은 무주택 서민으로부터 잠시 빌린 돈으로 채권 매입에 활용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공정한 가치평가와 회수의 어려움 등으로 개정안 공포 1개월 후 시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조속한 시일 내에 정부 대안을 마련해, 실질적 운영이 가능하고 피해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