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시작됐다.. '국세청장 교체설' 확산

대통령실이 최근 국세청장 후보 몇몇을 선정해 인사검증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년여 동안 말로만 무성하게 떠돌던 '국세청장 교체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국세청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이야기는 김창기 국세청장(67년·경북봉화·서울대·행시37회)이 재임 1년을 앞둔 작년 상반기부터 나왔다. 국세청을 한번 떠났던 인물이 다시 복귀했다는 점에서 '1년짜리' 청장이 아니겠냐는 시각이 팽배했던 것. 차기 국세청장으로 유력시되던 강민수 서울지방국세청장(68년·경남창원·서울대·행시37회)이 서울청장으로 재임 1년을 꽉 채우려던 시점이라 이런 소문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다.

하지만 김 청장은 이후에도 국세청장직을 굳건히 유지했고, 강민수 서울청장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울청장 2년 재임'이라는 다소 생소한 타이틀을 달게 됐다. '2년 서울청장'에 따른 내부반발을 완화하기 위함이 아니겠냐는 목소리도 있지만, 어찌 됐든 김태호 국세청 차장(68년·경북경주·서울대·행시38회)까지 재임 2년을 유지하며 국세청 최고위층 인사는 오리무중 상태에 빠지게 됐다.

■ 누가 남고, 누가 떠날까

차기 국세청장 후보는 외부에서 인선하지 않은 한 국세청 1급(고위공무원 가급) 자원들이 될 수밖에 없다. 현재 국세청 내 1급은 김태호 차장, 강민수 서울청장, 오호선 중부청장(69년·경기화성·서울대·행시39회), 김동일 부산청장(66년·경남진주·서울대·행시38회) 등 4명.

그동안 국세청장은 1급 중에서도 차장 또는 서울청장이 주로 발탁됐다는 점에서 김태호 차장과 강민수 서울청장이 차기 국세청장에 가장 근접한 인물로 꼽힌다. 차기 국세청장에 대한 언질을 받았기에, 내부반발을 무릅쓰고 지금까지 자리에 남아있는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조용하고 묵직한 김 차장과 재기발랄하고 유쾌한 강 청장의 성격은 다소 상반되는 면이 있지만, 둘 다 실력적인 부분에 대해선 이미 검증을 마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내부에서 따르는 후배들도 많고, 국세청 외부에서도 긍정적인 평을 얻고 있어, 누가 국세청장이 돼도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만, 인사 시기가 늦어지면 두 후보 모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내정 시기가 만약 하반기로 넘어갈 경우 각자의 위치에서 3년 차를 맞이하게 되는데, 특히 '지방청장=임기 1년'이라는 암묵적인 룰이 자리 잡은 국세청 특성상 이미 2년을 채운 강 청장이 받는 심리적 압박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국세청장에 오르지 못한 이는 누구든 '용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대권 입성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김동일 부산청장의 경우 1966년생으로 국세청의 2년 조기명퇴 관례상 올해가 마지막 기회다.

오호선 중부청장은 파격적으로 국세청장에 발탁될 수도, 다른 이들과 함께 용퇴 선상에 오를 수도 있지만, 서울청장 등 아직 다른 길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여러 경우의 수를 따져 봐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