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과 전공의 만남, 의료사태 돌파구는 못 찾아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가 4일 어렵게 만났으나 의료사태 해결의 돌파구는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4일 대통령실과 의료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후 2시부터 140분간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게 전공의의 열악한 처우와 근무 여건 등을 전했고, 윤 대통령은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료계와 논의할 때 전공의들의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면담에는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수경 대변인이 배석했다. 대통령실이 서면 브리핑에서 면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은 대전협 입장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7주째를 맞이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전공의를 직접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2일부터 대전협 측과 만남을 시도해왔다.

박 위원장은 이번 만남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과 주고받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소개하지 않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습니다"는 짤막한 글을 올렸다. 의대 증원 2000명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가톨릭중앙의료원 사직 인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류옥하다씨는 "모두가 알던 사실을 왜 굳이 가서 확인해야만 했는지,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내부 공지를 통해 "현 사태는 대통령의 의지로 시작된 것으로, 이번 만남은 대통령이 나오는 것이라 4월 10일 총선 전에 한 번쯤 전공의 입장을 직접 전달하고 해결을 시도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2월 20일 성명서 및 요구안의 기조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대전협이 밝힌 7개 요구 사항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및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의 만남을 주문했던 의료계는 박 위원장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