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WGBI' 편입 기대는 또다시 9월로...편입 시 유입 자금 추산 약 80조

FTSE 러셀, 韓 관찰대상국 유지..."의미있는 진전, 계속 모니터링" 

KB증권 “9월 편입 가능성보다는 내년 3월 편입 가능성 커" 진단

"WGBI 편입 시기의 문제...외국인 자금, 선제적 유입될 것"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의 한국 편입이 이번에도 불발됐지만 국제예탁결제기구(ICSD) 및 외환시장 등 제도의 개편이 완료되면 시장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은 시기의 문제이지 편입 여부는 확정이라고 판단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이날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통해 "한국의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를 유지한다"라고 밝혔다.

KB증권에 따르면, WGBI에 편입되기 위해서는 ▲전체 발행 잔액의 액면가가 500억 달러 (400억 유로, 5조 엔) 이상 ▲S&P 기준 신용 등급이 A- 이상(Moody's 기준 A3 이상) ▲시장 접근성 레벨 2가 충족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앞 두가지 조건은 충족됐지만, 시장 접근성 레벨이 1로 유지되면서 2022년 9월 관찰 대상국으로 편입된 이후 1년6개월간 관찰 대상국으로 유지하고 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이란 보고서에서 "다만, FTSE는 한국 정부가 한국 국채의 시장 접근성을 기존 레벨 1에서 레벨 2로 상향 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도 이날 관련해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유보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한국은 지난 2022년 9월 시장 접근성 레벨 2로의 상향 가능성과 WGBI 편입을 고려하기 위한 관찰대상국에 오른 후 지수 편입을 노려왔다. 당시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WGBI 편입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며 "2023년 상반기 공식 지수편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지난해 3월, 9월에 이어 이번에도 편입이 불발됐다.

FTSE 러셀은 국채 발행 규모, 국가신용등급, 시장접근성 등을 따져 통상 3월과 9월 WGBI 편입 여부를 정기적으로 결정한다. FTSE 러셀은 "한국은 2022년 9월 WGBI 편입 고려를 위한 관찰대상국에 올랐다"며 "한국 정부는 국제 투자자들의 국채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계속 진전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FTSE 러셀은 접근성 개선 노력의 사례로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구축 추진 ▲외국 금융기관(RFI)의 한국시장 참여 허용 ▲외환시장 제도개선 등을 거론했다.

KB증권 임 연구원은 FTSE가 언급한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사례 중 국제예탁결제 시스템(ICSD) 도입과 관련해 "한국 예탁결제원은 2023년 8월 유로클리어 및 클리어스트림과 국채통합계좌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법과 제도적 협의는 마무리해 2023년 12월에는 오는 6월 말부터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2023년 12월 14일부터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를 폐지하면서 사전 등록 절차 없이 증권사에서 실명 확인 등을 통해 계좌 개설이 가능하며 LEI(Legal Entity Identifier)를 통해 계좌 정보를 관리할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국내 시장에 기존에 참여하지 않았던 신규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 시장 유입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외환 시장 선진화 이슈와 관련해선 과거 불편한 점이 있었음을 언급한 뒤, "현재 정부는 RFI(Registered Foreign Institution)를 통해 해외 소재 금융기관도 국내은행 간 현물환, FX 스왑 등 시장에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연초부터 시범적 운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7월부터 정식으로 운용한다는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거래 시간의 경우 외환시장 거래 마감 시간도 기존 15시 30분에서 런던 장 마감 시간인 익일 02시까지 연장하며 추후 현황 등을 모니터링 한 이후 24시간 연장할 계획이란 점도 언급했다. 한국의 외환제도 개선 작업이 올해 하반기 본격화하는데다,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최종 편입까지 통상 2년가량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정기 편입 시에는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FTSE 러셀도 "지난 6개월간 의미있는 진전이 이뤄졌다"며 "오는 9월 국가분류까지 한국 채권시장의 긍정적인 개선을 지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임 연구원은 "WGBI에 편입되기 위한 제도가 완성되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도 이번 반기리뷰에서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는 높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의 추진 방안대로 진행이 될 경우 하반기가 되면 한국 국채가 시장 접근성 레벨 2로 상향되기 위한 조건들은 충족할 것"이라며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은 올해 9월보다는 빨라야 2025년 3월에나 확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경우 비중은 2.35%(3월27일 환율 기준)"라면서 "WGBI를 추종하는 글로벌 자금이 2조5000억 달러로 알려진 가운데, 이를 고려하면 WGBI 편입 시 순수하게 유입될 패시브 자금은 79조3000억원 가량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WGBI에는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 주요 24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으며,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달러(3300조원대)로 추산된다. 임 연구원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및 거래가 용이해지면서 추가적인 신규 외국인 자금도 유입될 것"이라면서 "ICSD 및 외환시장 등 제도 개편이 완료되면 시장은 한국 국채의 WGBI 편입은 시기의 문제지 편입 여부는 확정이라고 판단하며 선제적으로 유입될 전망"이라고 했다.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외국계 자금이 국채 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인 셈이다.

현재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 등 2개국뿐이다. 인도 역시 이번에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