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 놓고 대통령실-금융위 갈등?

김주현 금융위원장·김소영 부위원장, 가상자산 현물 ETF 거래 불가 입장

금융당국 '전면금지' 방침에...대통령실 "폭넓게 검토" 지시

금융위 "시장 안정성, 금융사 건전성, 투자자 보호와 직결...면밀히 살펴보겠다"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승인 여부를 두고 금융당국과 대통령실이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의 국내 도입 불가를 선언한 금융당국 입장에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1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우리나라 법률 체계를 적절하게 변화시키거나 또는 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나라에 수용될 수 있거나, 이런 방향을 함께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 실장은 그러면서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에 '한다, 안 한다'는 특정한 방향성을 갖지 말도록 얘기한 상태"라고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어떻게 하면 또 하나의 투자자산적 요소가 있으면서도 다른 금융상품이나 실물 경기에 부작용, 위험 요인이 되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좀 더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불가 입장을 내비친데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며 허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앞서 금융위는 국내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다만 선물 ETF에 대해서는 종전과 동일하게 거래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금융위는 지난 14일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이나 해외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기존 정부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음을 밝힌 바 있다"며 "미국은 우리나라와 법체계 등이 달라 미국 사례를 우리가 바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해외 비트코인 선물 ETF는 현행처럼 거래되며 현재 이를 달리 규율할 계획이 없다"며 "향후 필요시 당국의 입장을 일관되고 신속하게 업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긴밀한 연락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도 지난 16일 열린 민생토론회 사전브리핑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불허와 관련된 명확한 입장'을 묻는 기자 질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거래)하게 되면 금융회사가 가상자산을 소유하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존 정부 입장과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사가 가격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을 소유하면 금융사 건전성에 이슈가 될 수 있다"며 "현재 가상자산은 금융상품으로 정의하지 않기 때문에 법상으로도 승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역시 지난 18일 민생금융 토론회 후 가진 브리핑에서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보유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도 고려중인가'라는 질문에 "여러 차례 입장을 냈으며 더 이상 더하거나 뺄 것이 없다"고 답해 기존 금융위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만 투자자의 반발에 대통령실이 허용 여부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리자, 금융위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와 직결된 만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금융위가 언급한 기존 정부 입장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신규투자가 투기 심리를 자극하지 않도록 가상자산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한 지난 2017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정부부처가 발표한 '가상자산 관련 긴급 대책'에 따른 것이다.

자본시장법과 관련해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234조에서 기술된 '상장지수집합투자기구는 기초자산 가격 또는 지수에 연동해 운영해야한다'는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즉, ETF는 국내법으로 기초자산에 규정된 것들로 꾸려질 수 있고, 가상자산은 현행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으로 인정하지 않아 현물 ETF로 운영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가 가상자산 현물 ETF 금지 방침을 재확인한데는 기존 (전통)자본시장에서가상자산 시장으로의 대규모 자금유출이 발생해 금융시장을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제기하는 의견도 나온다.

반면 대통령실은 '가상자산 시장 육성'을 내세운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위에 '전면금지'보다는 '폭넓게 검토'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대통령실 제동에 금융위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에 투자하는 안은 물론 국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필요성에 대해서도 추가 검토하지 않기'로 한 기존 결정에서 '해외사례 등을 검토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으로 한 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다만 금융위는 정확한 검토 시한이나 특정 방향성을 검토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상황을 지켜보며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투자자 보호 등 다각적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