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직원 초과근무 속여 수당 부정수령...전체 사무관 중 74%

감사원, 지난해 실시한 금융위 기관 정기감사 결과 16일 공개

금융위 사무관 표본점검서 74%(182명 중 135명) 부정 수령 드러나

직제에 없는 국·과장급 직위도 설치·운영...비정규 파견 직원 비중 높아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하며 금융권의 내부통제를 관리감독하는 금융위원회에서도 초과근무 수당 부당 수령 등 내부통제 미흡으로 인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 정기감사 결과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실시한 금융위원회 기관 정기감사에서 사무관들이 하지도 않은 초과근무를 실제로 한 것처럼 꾸며 수당을 부당하게 챙긴 사례를 확인해 시정·주의 통보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외에도 '직제에 없는 비정규부서 운영을 통한 국·과장급 직위 설치 및 운영'을 한 편법과 '기술금융제도 집행 오류·업무 미흡' 등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감사는 2016년 이후 7년 만에 실시됐다.
 

사무관 74%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2억1000만원 환수 통보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금융위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4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최근 3년간 금융위 사무관(5급) 182명을 대상으로 초과근무수당 표본 점검결과 135명(74%)이 초과근무수당을 부정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부당수령 횟수는 총 2365회, 시간은 3076시간이었고, 부정수령액은 4661만원이었다. 특히 부정 정도가 심한 상위 5명은 평일 저녁 식사나 음주 뒤 귀가도중, 또는 특별한 업무가 없는 주말 정부청사에 들러 잔여업무를 위해 초과근무를 한 것처럼 꾸민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들로부터 부정 수령액과 가산금 등 총 2억1632만원을 환수하고, 관련자의 비위 수준과 고의성 여부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도록 금융위원장에게 통보했다.

감사원은 초과근무수당 관련 제도 변화 관련해 "정부는 지난 10년간 초과근무 관리를 지속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확인된 문제점으로 금융위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자체점검 후 '온정적 처리'를 꼽았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여부를 점검하던 때인 2021년 10~11월경, 금융위도 국무총리 지시에 따라 소속 공무원의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여부를 자체 점검했지만 점검 대상을 '2021년 7~8월 중 토요일․공휴일에 5회 이상 초과근무를 한 공무원의 주말 초과근무'로만 한정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점검결과, 개인용무시간을 제외하지 않고 초과근무수당을 수령한 A 등 7명을 적발했지만 금융위는 이 7명의 비위행위자에게 징계 또는 경고․주의(기관장 명의) 처분을 하지 않았고, 법령상 근거도 없이 감사담당관 명의 주의 조치를 취했다고 했다.

감사원이 밝힌 초과근무수당 및 여비 부정수령에 대한 징계기준은 다음과 같다.

직제에 없는 국·과장급 직위 설치...민간 파견직원 운영도 16%

감사원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금융위는 2016년 국회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규부서(33개)의 46% 수준인 14개(지난해 3월 기준)의 비정규부서를 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비정규부서를 숨기기 위해 대외용·대내용 조직도를 따로 마련하고, 대외용 조직도에는 정규 부서만 표시해 공개한 것도 이번에 적발됐다.

비정규부서의 경우 소속 직원이 2~3명에 불과했는데, 인원 공백을 지도·감독 대상 민간기관 직원을 파견하는 것으로 메꿨다. 비정규부서에 근무하는 직원 333명 중 53명(16%)이 민간기관에서 파견한 인력이었다. 감사원은 금융위의 이 같은 행태가 정부조직법령 위반인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위는 정규부서 대비 비정규부서 비율(46%)과 민간파견 직원 비율(16%)에서 금융위는 타 기관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2%, 0.2%에 불과하고, 방송통신위원회도 각각 5%, 1%, 국민권익위원회는 9%, 3%에 그쳤다.

이런 위법·부당한 조직 운영으로 인해 직제에 없는 상위직이 운영돼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2억원 규모의 추가비용이 지출되기도 했다. 무보직 3급 공무원을 금융국제화대응단에 지원 근무하도록 하고 부단장 직위를 수행하도록 하는 등 근거 없이 국장급 직위를 운영한 게 대표적 사례다.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비정규부서를 즉시 폐지하거나 정규직제화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하고, 앞으로 관계 법령을 위반해 이 같은 행위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또 행정안전부 장관에 금융위에 대한 조직진단과 정원감사를 실시하도록 통보했다.

감사원은 이번 금융위 감사결과에 대해 "내부 통제가 미흡해 주요 문제가 초기에 시정되지 못하고 구조화되거나 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진 것으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