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단 남은 두 자리, 모두 행시 몫?

연말 국세청 인사가 마무리됐다. 예년에 비해 워낙 변동폭이 적어 '인사미풍' 수준에 그쳤다는 평이 많지만, 부산지방국세청장 교체를 포함한 몇몇 의미 있는 인사가 진행됐다. 해가 바뀌고 지난 3일 팀장급(복수직 서기관 및 5급 사무관) 인사가 단행, 이제 국세청은 이달 말 '국세공무원들의 대이동'이라 불리는 6급 이하 전보 인사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순차적인 인사 흐름 속에 지난해 장일현 부산청장과 한재현 중부청 국장의 명퇴로 인해 TO가 생긴 '고위공무원 승진 인사'에 국세청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명이 물러났으니 승진 대상자도 2명이다. 후보는 여럿 있으나, 정황상 행시 출신이 남은 두 자리를 모두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유는 '파견' 때문이다.

현재 국세청 고공단에서 파견을 보낼 수 있는 자리는 총 5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2명, 헌법재판소, 국립외교원, 국방대학교에 각 1명씩 나갈 수 있다. 고공단 파견은 전부처 공통으로 나이 제한이 있기 때문에 보통 승진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인물, 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이에 여유가 있는 '행시 출신'들이 독차지하곤 한다. 최근 파견길에서 돌아온 이들도 모두 행시 출신이었다.

승진 후 보직을 받고 파견을 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승진과 동시에 파견을 갈 수도 있다. 국세청 인사 일정상 보통 7월(늦으면 8월)과 1월에 고공단 승진 인사가 단행되는데, 1월 말 교육훈련이 시작되기 때문에 여름 승진자는 보직을 받은 후 몇 개월 대기하고, 겨울 승진자는 바로 파견을 나가는 경우가 많다. 연말 인사를 통해 비교적 최근에 고공단에 입성한 인물들이 대부분 파견을 나갔다 복귀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승진=파견'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공산이 크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연말 인사에서 김태호 국장(72년·대전·서울대·행시43회)이 가장 먼저 헌법재판소 파견을 확정지었고, 윤승출 국장(72년·충남 보령·서울대·행시44회)과 박병환 국장(69년·경북 영주·서울대·행시44회)도 보직없이 대기발령 나면서, 파견이 유력시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박정열 대전청 조사1국장(70년·서울·서강대·행시45회), 윤창복 인천청 조사1국장(74년·제주·고려대·행시44회), 공석룡 서울청 납세자보호담당관(71년·경기 화성·고려대·행시44회) 등이 승진 문턱에 가장 가까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으면서, 파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비고시 중에는 7급 공채 출신인 김승민 서울청 징세관(69년·충북 옥천·한양대·7급 공채)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김 징세관의 경우 파견자 나이 제한에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 3월 부이사관으로 승진, 1년도 안 되어 고공단에 입성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짙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공단 승진 인사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고, 현재 인사혁신처와 협의 중에 있다"면서 "교육훈련이 시작되는 1월 말 이전에는 파견자 등을 확정지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