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내용 빠진 태영건설 자구안에...채권단 "알맹이가 없다" 비판

SBS 지분매각·오너 일가 사재출연 언급 없어...워크아웃 진행 불투명

윤세영 창업회장, 직접 설명회 참석해 "사력 다해 태영 살려내겠다" 호소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 전 태영 측이 진정성있는 자구안 내놔야

지난달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 개선작업)을 신청한 태영그룹이 3일 400곳 이상의 채권단을 대상으로 계열사 매각 및 지분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채권단은 '알맹이가 없다'며 실망감을 내비쳐 11일로 예정된 워크아웃 개시 결정이 불투명해졌다.

이날 채권단은 태영건설 자구안에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과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등 진정성이 있는 자구안을 기대했다. 하지만 태영그룹(명예회장 윤세영)은 이날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과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 지분(50%) 매각을 추진하고, 그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골프장 및 레저사업을 하는 블루원 지분은 담보로 제공하고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지만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이 같은 경영정상화 자구안에 대해 기존 알려진 것 외에 새로운 내용이 없으며,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도 빠져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더욱이 채권단이 문제로 제기한 부분은 태영그룹이 계열사 매각자금 상당액을 약속과 달리 태영건설 채무 변제가 아닌 지주사 채무 변제용으로 쓰기 위해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오는 11일로 예정단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결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태영 측이 당초 제시한 자구안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강하게 밝혔다.

양재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장도 이날 채권단 회의에서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개시)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자구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정면 비판했다.
 

윤세영 창업회장 "모든 사력 다해 태영 살려내겠다" 호소

이날 가장 관심을 끈 것은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와 보증 채무 처리 방안이었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여부에 이목이 쏠렸다. 태영그룹의 자구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명회에서 오너 일가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미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중 오너 일가 지분(1549억원)과 종합환경업체 에코비트 지분(50%) 매각 추진 및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태영 측은 ▲블루원 지분 담보 제공 및 매각 추진 ▲평택싸이로 지분 62.5% 담보 제공▲인력·조직 구조조정을 통한 추가 자금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 직접 참석한 윤세영 창업회장은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고 채권단에 호소했다.

이와 함께 태영건설 협력사가 애초 알려진 581곳보다 2배 많은 1075곳이며, 우발채무는 언론에 보도된 9조원대보다 작은 2조5000억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워크아웃 개시 결정의 핵심인 오너 일가 사채 출연 규모와 핵심 계열사인 SBS 지분 매각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채권단으로부터 "자구안에 알맹이가 빠졌다"라는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사실 태영그룹 자구안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워크아웃 신청 직후부터 나왔다. 태영건설은 금융당국의 예상과 달리 지난달 29일 만기가 도래한 상거래채권 1485억원 중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451억원을 갚지 않았다. 또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일부를 지주회사 티와이홀딩스의 PF 보증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했다"며 "블루원 지분 관련 자금도 태영건설 워크아웃에 사용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TY홀딩스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을 오너 일가가 태영건설 유동성 지원이 아닌 핵심 계열사인 SBS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을 포기하더라도 주력 계열사인 SBS를 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SBS는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반면, TY홀딩스 측은 SBS 지분 매각이 방송법 등 법적 제약과 조건이 까다롭다는 점과 오너 일가 사재 출연은 준비 중임을 강조했다.

양윤석 TY홀딩스 전무는 설명회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SBS와 관련해선 가능한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SBS 지분 매각은 방송법 등 법적 제약과 조건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에 대해서는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하고 준비해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진행(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라 신용공여액 기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워크아웃 진행에 들어가지 못하면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법정관리로 가면 워크아웃과 달리 협력업체 공사대금 등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이 동결돼 협력업체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1차 채권단협의회 전 태영그룹이 또다른 진정성있는 자구안을 내놓을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