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사태 확산 '노심초사'...새해 벽두에 'F4’ 대책 논의

12월말 만기 상거래채권 1485억중 수백억 미상환

‘F4’, 태영건설 오너측 소극적 태도에 불만...구조조정 원칙 강조

우선 시장 불안 차단 위해 채안펀드 규모 20조원→30조원 증액 검토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으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넨싱(PF) 위험신호가 울리면서 정부와 금융당국은 우리나라 전체 경제와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이른바 'F4(Finance4)' 멤버들이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문제를 논의하고 위해 모였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 바로 다음날(29일)에도 현황 파악 및 향후 방향 모색에 나선 바 있다.

이날 'F4' 회의는 부동산 PF 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이 지난달 29일 만기가 돌아온 상거래 채권 1485억원 중 수백억원을 상환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 오너 측이 사재 출연과 자구 노력에 소극적 자세를 보이는데, 이는 당초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강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단 상환하지 않은 채권을 워크아웃 대상인 협약채권으로 간주해 부도처리는 되지 않았다.

이에 회의에서는 태영건설발(發) 시장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했다. 당장 자금시장의 경색 문제가 우려된다는 판단인 셈이다.

채안펀드는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권이 공동출자해 우량 금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해 유동성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채권시장 경색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과도한 스프레드를 해소하는 안전판 역할인 셈이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지난달 29일 만기 도래한 상거래 채권 1485억원을 '어음' 성격인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로 분류한 것도 시장의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함인 것으로 풀이된다.

태영건설은 상거래 채권 중 수백억 원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에서 상거래 채권 만기 직전인 지난달 1133억원을 차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금액은 상거래 채권 상환에 부족한 상태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이 만기 도래되는 상거래 채권을 결제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태영건설이 수백억원 결제를 하지 않자 오너 측 노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티와이홀딩스 자회사였던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대금 중 오너 몫도 상당 부분 출연하기로 한 자구안 약속을 무슨 영문인지 안 지키고 있다"면서 "오늘 F4 회의에서도 자구안 이행이 중요하다는 원칙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부실기업에 대해 자기책임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질서 있는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선(先)자구책-후(後)구조개선'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을 강조한 셈이다.

'F4' 회의는 통상 일주일에 한 번 열리지만 회의 빈도가 잦아지는 것은 태영건설 사태로 부동산 PF 위험신호가 감지된 만큼 보다 발 빠른 대응을 위한 것으로 읽혀진다.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한 회의는 신년벽두부터 줄줄이 잡혀있다. 우선 2일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3일에는 권대영 금융위 상임위원 주재로 대책회의가 열린다. 오는 11일 주채권은행이 산업은행과 채권단과의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가 열리기 전 시장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또 정부는 태영건설 사태 여파로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기에 대비한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우선적으로 채안펀드 규모를 현재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최 부총리도 지난달 29일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에서 현재 85조원 수준인 시장안정조치에 대해 "필요시 추가 확대해 시장 변동성의 확대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시장안정조치는 채안펀드 등을 정부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긴급히 투입할 수 있다. 실제 산업은행이 금융채권단에 보낸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 공문에 따르며 태영건설의 PF 보증채무 규모는 9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영건설의 직접 차입금은 은행·증권사·자산운용사 등 80곳, 총 1조3007억원 수준이다. 직접 차입금 외에 태영건설이 PF 대출 보증을 선 사업장은 총 122곳이고 대출보증 규모는 9조1816억원으로 집계된다. 직접 대출금과 PF 사업장 대출 보증 채무를 다 합친 채권단 규모도 400곳이 넘었다.

태영건설의 정확한 채권단 규모와 채권액은 오는 11일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증권사 외 많은 금융사가 포함되어 있어 의결권 배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