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키움증권' 구할 구원투수는?...‘내부승진' 유력  

회장 사퇴 반년 만에 황현순 사장도 '자진 사임의 길' 택해

16일 정기이사회에서 후임 대표이사 논의할 듯...'내부승진' 유력 관측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이사(사장)이 영풍제지 사태에 따른 대규모 미수금 발생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 자진사임 의사(10일)를 발표한 가운데 후임으로 내부승진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키움증권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현순 대표이사가 대규모 미수채권 발생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오는 16일로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황 대표의 사임 의사에 따른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한 바 있다.

앞서 영풍제지 사태 책임을 물어 황 대표의 '문책성 경질'을 결정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올 때만 하더라도 키움증권 측은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미수금 규모가 큰데다 회수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황 사장이 사실상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진사임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사태로 그룹 수장인 김익래 회장이 사퇴한지 약 반 년 만에 또다시 황 사장마저 자리를 떠나야 하는 형국에 처하면서 키움증권의 의사결정 구조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차기 대표이사 , 내부승진 가능성 높아...2명 인사 거론

키움증권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정기이사회에서 황 사장의 자진사임 의사에 따른 후임 대표이사 추천 등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간 대표이사를 대부분 내부승진으로 선임해온 만큼 이번에도 이변이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전임 이현 사장(現 부회장)의 경우는 키움저축은행 대표이사와 키움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후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고, 현 황 사장 역시 2000년 키움증권에 입사한 후 중국 현지법인장, 투자운용본부장, 리테일총괄본부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증권업계에서는 현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로 최고재무담당(CFO) 임원 출신으로 '전략기획본부'를 맡고 있는 엄주성 부사장(CFO)과 장수 리서치센터장 출신으로 '홀세일총괄본부'를 책임지고 있는 박연채 부사장을 꼽고 있다.

엄 부사장은 지난 2007년 PI(자기자본투자)팀장으로 키움증권에 합류했다. 이후 PI본부를 육성하며 대체투자 등으로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리스크 관리' 역량이 최대 강점으로 인정받고 있는 만큼 향후 키움증권을 위기에서 구할 구원투수로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2006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합류한 박 부사장은 소위 '증권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과거 한누리투자증권(현 KB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그는 키움증권에 들어온 이후 10년 넘게 리서치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 리서치‧영업역량을 강화해 현재의 초대형 온라인 증권사로 만든 인재라는 평이다.

영업력 강화를 통해 이번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키움증권을 다시 일으킬 수 있는 또다른 구원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키움증권은 아직 현 황 사장의 사임이 이사회에서 정식 결정되지 않은 만큼 후임 인선에 대해서는 함구하는 분위기다. 오는 16일 이사회에서 후임이 결정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발표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키움증권 대표이사 사장 선임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추천을 거쳐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임시주주총회의 경우 2주일 전에 소집통보서를 각 주주에게 통보해야 한다.

만약 회사 내 등기이사가 후임 대표이사가 된다면 절차가 간소화되겠지만 비등기이사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사 내부에서도 후임 인사가 등기이사인 지 아닌 지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회사 관계자는 오는 16일 이사회에서 후임 대표이사에 대한 추천이 이뤄지면 임시주주총회를 12월 중 개최해 최종 승인을 받는다는 계획이라는 점만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키움증권이 이번 사태로 큰 위기에 처한 것 같다"며 "후임 대표이사가 인선되더라도 사태 수습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황 사장 '자신 사임'에 대해서도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았겠나"라고 아쉬워했다.

'자진 사임 의사'를 이사회에 전달했지만 황 사장은 이사회 의결 및 임시주주총회에서 후임 대표이사 선임 결정이 날 때까지는 현재의 업무를 그대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