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연, 작년 하반기 이후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에 주목
정화영 "장기간 누증된 가계부채, 국내 경제 안정성 위협 위험요인으로 부각"
"韓 가계부채, 주요국보다 수준 높고, 증가속도 빨라...관리 절대 필요"
자본시장연구원은 8일 '국내 가계부채 현황 및 위험요인' 제목의 이슈보고서를 통해 "장기간 누증된 가계부채가 국내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경제 전반의 금융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본연 정화영 연구원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작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고금리 여건 지속시 취약성이 높은 과다채무 가구를 중심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며 부실위험의 현실화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 부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가계대출 연체 증가 등을 통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취약차주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충당금 적립 등을 통해 가계부문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 연구원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요국보다 수준이 높을 뿐 아니라 증가 속도도 빨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높다"며 "가구단위 부채 현황을 보면 가계부채의 가구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특히 44세 이하 가구에 부채 증가세가 집중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부채부담 증가는 소비 제약요인으로 작용하며, 특히 고(高)레버리지 가구에서 소비 둔화가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또한 레버리지 확대로 인해 금리상승에 대한 가계 취약성이 증대되었는데, 2022년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과다차입 가구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가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가계 전반에 걸쳐 부동산 투자의향이 높아지는 추세를 나타내고 있어 부동산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될 위험이 높다"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이 향후 가계부채 관리에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가계 레버리지 확대에 따른 위험요인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는 경우 향후 소비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에 그칠 수 있어 경기 하방위험이 증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원은 중장기적인 시계에서 점진적인 디레버리징(부채감축)을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부채관리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부동산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레버리지가 확대될 위험이 높으므로 부동산시장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해 과도한 부동산가격 상승 기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만기일시상환 비중이 높고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해서도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가계자산의 높은 부동산 집중도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며 "과거와 같은 저금리 기조로의 회귀 가능성이 크게 낮아짐에 따라 가계는 부채를 활용함에 있어 과도한 수준의 위험 감내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는 점과 관련해 과거보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현 시점에서 가계부채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은 미미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날 오후 유관기관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 점검회의'를 갖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범위 확대, 변동금리에 적용되는 '스트레스 DSR' 방안 조기 마련과 DSR 산정 예외 항목을 줄이기 위한 검토 등 총체적 관리에 돌입했다.
이와 함께 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과도해지지 않도록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밀착 관리해나가기로 했다. 또한 순수 장기·고정금리 대출 등에 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형태의 '신(新) 고정금리·분할상환 행정지도'와 장기·고정금리 대출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되는 커버드본드 등에 대한 인센티브(예대율 규제 완화 및 주신보 출연요율 우대 등)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가계대출의 안정세가 계속 이어지기 위해서는 면밀한 모니터링과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므로 보다 강도 높은 정책적 노력을 취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은행이 오늘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천86조6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8천억원 증가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7개월 연속 불어나는 추세다.
증가폭은 지난 8월(6조9천억원)정점을 찍은 후 9월 4조8천억원으로 줄었다가 10월 6조8천억 원으로 증가폭이 다시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