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내년 6월말까지 8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된다

5일, 금융위 '임시금융위원회' 열고 '공매도 전면 금지' 밝혀

금융위 "불법 공매도, 시장 공정가격 형성 우려 높아"

'불법 공매도 근절 원년'..."불법공매도 실시간 차단 시스템 마련할 것“

김주현 "신뢰 받는 공매도 제도 정립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 강구할 것"

특별조사단, 10개 글로벌IB 전수조사 예정…금감원 "무차입 공매도 강력 처벌"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전면 금지된다.

금융위원회는 5일 오후 4시30분 임시금융위원회를 열고 6일부터 2024년 6월30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공매도는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서만 허용되고 있다. 따라서 6일부터는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전 종목 공매도가 내년 6월말까지 금지되는 셈이다.

공매도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지난 2020년 3월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 뒤 2021년 5월 일부 종목에 한해 공매도를 부분 재개했다.

다만 과거 3차례(2008·2011·2020년)의 공매도 전면 금지 때와 동일하게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 등의 공매도는 계속 허용된다.

금융위는 최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하마스 무력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증대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특히, 하반기에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해외 주요 증시 대비 가장 높은 수준으로 확대되는 등 시장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동안의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됨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상황이라는 게 금융위 진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IB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적발되었으며, 추가 불법 정황도 발견되어 조사가 진행 중"이라면서 "이에 따라 불법 공매도가 증권시장의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고 시장 신뢰를 저하시키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급증하는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선제 대응할 필요성과 함께, 관행화된 불법 공매도 행위가 시장의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공매도 전면 금지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자본시장법 제180조제3항에 따르면 금융위는 증권시장의 안정성과 공정한 가격 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한국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차입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공매도 금지기간을 '불법 공매도 근절'의 원점으로 삼고, 유관기관과 함께 기존 틀에서 벗어난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선 기관과 개인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그간 대주 상환기간 연장, 담보비율 인하 등 제도개선 노력이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개인과 기관 간 조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또 무차입 공매도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대안 모색에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근 적발 사례를 통해 드러난 외국인·기관 투자자의 불법 공매도 실태를 면밀히 분석하고 시장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폭 넓은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할 수 있는 다각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필요시 국회와 협의해 입법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글로벌IB의 관행화된 대규모 무차입 공매도 사례가 확인된 만큼, 6일 출범하는 공매도 특별조사단을 통해 글로벌IB 전수조사에도 나선다.

추가적인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될 경우 엄정히 제재하고 적극적으로 형사고발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적용함으로써, 시장의 무차입 공매도 관행이 차단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처벌을 강화하고 제재수단을 다양화하는 방안도 국회와 적극 협의할 계획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자본시장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조성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공매도 제도가 모든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도 글로벌 투자은행(IB) 전수조사를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강력히 적발·처벌할 예정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공매도 관련 브리핑에 참석해 "공매도 전면금지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한국거래소와 함께 밀착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이어 "시장조성자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공매도에 대해서도 철저히 모니터링해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예외 규정을 남겨뒀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현재 일부 글로벌 IB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특별조사단은 공매도 거래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약 10개 글로벌IB에 대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공매도 주문을 수탁하는 국내 증권사에 대해서도 법규준수 및 운영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