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국감 시작...내부통제 미흡·가계부채 급증 '책임론' 쟁점

11일 금융위원회를 필두로, 17일 금융감독원...27일 종합감사 이어져

금융위 국감장에 은행장 등 증인 빠져...금감원 국감때 준법감시인 출석

27일 금융당국 종합감사 때 은행장 등 CEO 소환 가능성 여지도 남아

오늘부터 금융당국과 산하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국감)가 시작된다. 올해 국감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쟁점으로 다뤄질 현안이 많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마지막 국감이란 점에서 야권의 송곳 질문이 예상된다.

11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금융위원회 국정감사, 17일에는 금융감독원, 24일엔 예금보험공사·한국자산관리공사·한국주택금융공사·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당국 산하 금융공공기관 국정감사가 진행된다. 이후 27일 금융위와 금감원 종합감사를 끝으로 금융당국 국감이 마무리된다.

오늘 열리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감에서는 우선 최근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와 관련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가계부채 문제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야권에서는 금융당국의 강력한 내부통제 주문과 주요 금융지주가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로 인한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에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며 금융위와 은행권에 대한 강한 질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에는 준법 감시부서 인력 및 전문성 확충,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명령 휴가 및 직무분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초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내놓은 강도 깊은 내부통제 강화 방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은행들은 올해 말까지 임직원 대비 준법감시직원의 비율을 0.4%(소규모 은행 0.6%)까지 맞춰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전년대비 장기근무자 수가 급감했지만 장기근무자 비율은 '내부통제 혁신안'의 목표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부통제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명령휴가제 대상 직원 평균 비중이 50%대 중반에 그쳐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한 가계부채의 경우 지난 4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뒤 꾸준히 불어왔다. 이 같은 가계부채 증가의 주원인으로 정책금융인 특례보금자리론이 거론되면서 금융위의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17일 예정된 금감원 국감에서는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환매 특혜 의혹 이슈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 펀드 환매 특혜 의혹 당사자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복현 금감원장의 강한 공방이 오가며 정치권 대립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소시에테제네날(SG)증권 발(發) 주가폭락(차액결제거래·CFD) 사태 관련 이슈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여 증권가를 긴장시킬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이날까지 금융위 국감에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은 김덕환 현대카드 대표이사, 마크 리 애플코리아 사장, 황국현 새마을금고중앙회 이사,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 등 4명 정도다. 참고인으로서 홍승태 SK텔레콤 고객가치혁신담당 부사장 등 5명도 확정돼 있다.

당시 금감원 국감 일반 증인과 참고인은 한 명도 확정된 게 없었다. 하지만 이후 정무위는 회의를 열고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아울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과 BNK경남은행, DGB대구은행의 준법감시인이 은행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관련해 국감장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올해 5월 메리츠증권이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계열 주식이 매매정지되기 전 보유 중인 사모 BW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보유 지분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점에 대한 질의에 답하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당초 대형 금융사고로 금융지주 회장, 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가 국감장에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이들은 모두 금융위 및 금감원 일반 증인 및 참고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금융권 국감 일반 증인 채택과는 사뭇 달라 은행권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다만, 27일 금융당국 종합감사가 남아 있어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앞서 지난 5일 일반 증인 및 참고인 추가 채택과 관련 "이제부터 다시 협상해야 한다"고 말해 여지를 남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