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금융당국 국감 주요 쟁점 사항은?...내부통제·펀드 환매 특혜 의혹 등

올 7월까지 금융권 횡령 규모, 역대 두 번째로 많아...내부통제 '미흡' 지적

펀드 사태 검사 결과 두고 이복현 금감원장 vs 야당 설전 예상

가계·자영업 부채 등 금융 건전성·가상자산 규율 등도 도마 위에 오를 듯

관련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대거 국감 증인으로 소환될 듯

2023년 국정감사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최근 내부통제 실패로 인한 대형 횡령사고 등 각종 금융 비리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가 증인으로 국감장에 대거 불려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금융권이 긴장하고 있다.

4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12일과 17일 각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24일에는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서민금융진흥원 등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국감이 진행된다. 이후 오는 27일 금융위, 금감원에 대한 종합국감이 진행된다.

국회 정무위 국감에서는 우선 최근 대규모 횡령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요 지방금융지주 회장과 시중은행장들이 증인으로 소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은행권 내부통제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함이다. 대규모 횡령 사건이 발생한 BNK금융지주와 불법 계좌 개설 사고가 불거진 DGB금융지주 최고경영자의 국감 출석은 불가피해 보인다는 게 금융권 시각이다.

먼저 BNK금융지주는 자회사인 경남은행에서 지난 7월 3000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경남은행에서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업무를 담당해 온 투자금융부 직원 이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 사업장에서 총 2988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직원은 15년 동안 업무가 바뀐 적이 없어 큰 충격을 줬다.

BNK금융 측은 금감원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횡령 금액에 대해 횡령 직원이 수차례 돌려막기를 한 금액을 단순 합계한 수치로, 순횡령액은 595억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DGB금융지주의 자회사 대구은행에서는 직원들이 고객 동의 없이 증권 계좌 1000여개를 불법 개설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시중은행 전환을 앞두고 악재로 작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내부통제 주문과 주요 금융지주가 제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반복되는 도덕적 해이로 인한 대규모 금융사고 발생에 은행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11월 은행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준법 감시부서 인력 및 전문성 확충, 장기근무자 비율 제한, 명령 휴가 및 직무분리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초 우리은행 직원의 대규모 횡령 사고 이후 내놓은 강도 깊은 내부통제 강화 방안이다.

금감원은 올 3월 말까지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은행 내규에 반영하고 상반기까지 관련 전산시스템을 마련하도록 은행권에 주문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도 금융사들의 자율적인 내부통제 기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580억7630억원이다. 지난해(826억8200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지난 2017년부터 올 7월까지 금융권에서 발생한 횡령 규모는 1816억590만원에 달했다. 2017년 89억8870만원에 불과하던 횡령 규모가 2021년(156억4860만원)으로 급등한 뒤 매년 늘고 있다. 업권별 횡령 금액은 은행이 1509억8010만원으로 전체의 83.1%를 차지했다.

은행권의 내부통제 실행이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관련해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은 금감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의거, 국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전년대비 장기근무자 수가 급감했지만 장기근무자 비율은 '내부통제 혁신안'의 목표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내부통제 방안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는 명령휴가제 대상 직원 평균 비중이 50%대 중반에 그쳐 금융권의 내부통제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 설명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의 지난 7월 말 기준 명령휴가 대상 직원 비중은 평균 55.8%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우리은행이 82%(1만3677명 중 1만1222명)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어 신한은행 52.8%(1만3341명 중 6912명), 국민은행 45.7%(1만6342명 중 7469명), 하나은행 42.5%(1만1675명 중 4962명) 순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의 경우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 60%(2469명 중 1638명)로 가장 높았고, 경남은행 61%(2227명 중 1350명), 제주은행 57.2%(437명 중 250명), 광주은행 50%(1627명 중 814명), 전북은행 46.4%(1165명 중 540명), 대구은행 45%(3135명 중 1423명) 순이었다.

명령휴가제는 사고위험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 등에 대해 불시에 휴가를 보내고 대직자가 해당 직원의 업무를 점검하는 제도다. 대상 직원 비중이 높을수록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내부통제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금융지주 회장들과 시중은행장, 지방금융지주 회장 등의 줄소환이 예상되지만 금융지주 회장들의 출석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 시중은행장과 경남·대구은행 등 지방은행장이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은 매년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또는 글로벌 현지 경영, 투자설명회 등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출국하기 때문이다.

라임·옵티머스 환매 특혜 의혹 관련 공방 치열할 듯...대규모 주가폭락 사태도 관심

라임·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한 환매 특혜 의혹 이슈도 이번 국감에서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련 펀드 환매 특혜 의혹 당사자인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대립각을 세우면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김 의원이 감독당국의 사모펀드 재조사에 대해 정치 공작을 주장하며 정쟁으로 비화된 가운데 미래에셋증권도 이와 관련해 적극 해명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여,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의 증인 출석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만일 최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한다면 지난 2020년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와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 등이 라임·옵티머스 사태 관련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3년 만에 증권사 최고경영자가 국감장에 소환 되는 것이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은 이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상희 의원은 사모펀드 사태 재조사 이후 불거진 환매 특혜 의혹과 관련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에서 환매를 권유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돈을 돌려받았다"고 앞서 해명한 바 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방형 펀드의 경우 당시 시점 기준으로 정상 환매가 안 되는 펀드이기에 자본시장법 위반이 명백하다"고 반박했다.

이 원장은 그러면서 "사안의 전모나 공모 관계·그 배경·추가적인 수익 여부 등은 더 밝혀져야겠지만 환매 자체는 불법"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소시에테제네날(SG)증권 발(發) 주가폭락(차액결제거래·CFD) 사태 관련 이슈도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여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의 증인 소환도 점쳐진다.

김 전 회장은 다우데이터의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 605억원가량 주식을 매도해 사태 연루 의혹을 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사태 직후 10여일 만에 회장직에서 물러났으나 대주주 지위는 여전히 유지 중이다.

증권업계는 사모펀드 사태가 국감에서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고 관련 내용들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금융당국 책임론 제기될 듯...금융당국 "문제없음"

금융위 국정감사에서는 금융 건전성 문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부채는 물론 자영업자 대출 규모 등이 대폭 증가하고 있고 일부 연체율도 상승하는 등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계부채는 186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2분기말 124.1%로 1분기 123.0%보다 1.1%포인트(P) 증가했다. 기업부채 비율은 2017년 4분기(92.5%) 이후 5년 넘게 증가하고 있다.

앞서 지난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부채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08.1%를 기록했다. 5년 전인 2017년 92.0% 보다는 16.2%포인트(P) 증가했다

4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상호금융·여전사·저축은행·보험 등 금융업권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2021년 상반기 기준(527조4244억원) 대비 올해 상반기 634조9614억원으로 무려 107조537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이 93조900억원에서 146조3847억원으로 53조2947억원 가장 많이 증가했고, 은행은 405조5388억원에서 446조1645억원으로 40조6257억원 늘었다. 저축은행은 15조2508억원에서 22조1412억원으로 6조8904억원, 여전사는 12조6238억원에서 18조5873억원으로 5조9635억원, 보험은 9215억원에서 1조6837억원으로 7622억원 순증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이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건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100% 보증에 나선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자영업자 대출 등 건전성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의원들의 관련 질의가 예상된다.

특히 최근 다시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급증의 원인을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해 온 금융위의 책임으로 보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예상된다.

주택담보대출 완화가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으로, 8월 주담대 잔액은 전월보다 7조원 늘어난 827조8000억원으로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했다. 증가폭(7조원)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금융당국이 최근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지목하면서 이달 들어 은행별로 연령 제한이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기준 조정 등의 조치가 시행됐지만, 증가 추세가 쉽사리 잡히지 않는 모양새다.

보이스피싱·가상자산·산은 부산이전 등도 쟁점 사항

한편 예년과 마찬가지로 보이스피싱, 스미싱 등 민생경제 위해(危害) 문제와 가상자산 관련 문제도 역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5년 간(2018년~2023년 상반기, 전체 금융회사) 보이스피싱 피해자수는 14만8760명, 피해건수 23만7859건, 피해금액 1조7499억원으로 확인됐다(황운하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 기준).

가상자산 분야에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주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송환 문제,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출금 중단 사태 등 다양한 이슈가 있다.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문제도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과 부산지역 의원들은 빠른 이전을 주장하고 있고 일부 야당 의원들은 산은 노조와 연대해 부산 이전 반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인 전라북도 금융중심지 정책과 관련한 여야 공방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