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中, 인도·남아공 등 신흥국엔 공급망 재편성 기회

모디 총리, 中의존 제조업 우려 드러내…"통합적 공급망" 촉구

골드만삭스 "中기업 영향력 지난 3년간 급격히 감소"

아프리카·인도 "中 변화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 기회"

경제 침체에 직면한 중국의 입지가 흔들리는 가운데 인도, 남아공 등 다른 신흥국들에게는 공급망 재편성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연합에 대응하는 다자협력체로 알려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는 22일부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정상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반미 연대를 강조하며 공동 대응을 주장하고 나섰지만 인도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도가 감소하는 가운데 공급망 다양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나드렌다 모디 인도 총리는 23일(현지시간) 브릭스 비즈니스 포럼에서 "팬데믹은 우리에게 복원력 있고 통합적인 공급망의 중요성을 알려줬다"며 "이를 위해서는 신뢰와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제조업의 중국 의존에 대한 국제 사회의 우려를 돌려 표현한 것"이라며 "이날 모디 총리가 언급한 통합적인 공급망은 미국, 일본, 호주 등이 주도하고 인도가 참여하는 공급망 전략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이날 모디 총리는 또한 "인도가 수년 안에 세계의 성장엔진이 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곧 인도는 5조 달러 규모의 경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둔화가 극적인 파급효과보다는 브릭스의 신흥국들에게 공급망 재편성과 투자 등의 기회를 열어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많은 다국적 기업이 중국에서 철수하거나 의존도를 줄이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 그룹 전략가들은 중국 기업의 실적과 주가가 타국의 동업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지난 3년 동안 급격하게 감소했다고 밝혔다.

중국 공상은행이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는 아프리카 최대 대출 기관인 스탠더드은행의 심 차발랄라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중국 경제는 분명히 변화하고 있으며 투자보다는 소비에 점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의 지각변동을 예상했다.

그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비싸질 것"이라며 "이것은 아프리카에 산업화와 가치사슬의 종말을 가져올 수 있는 기회"라고 지적했다.

브릭스 협의회 회장이자 인도 타이어 기업 아폴로 타이어의 온카르 칸와르 회장은 중국의 하락세에 관해 "다른 국가, 특히 인도에 있어서 큰 기회"라며 "인도는 개혁을 단행했고 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우리는 인도에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분들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브릭스 회원국 사이 여전히 지배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GDP 규모는 다른 4개 회원국을 합친 것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최근의 경기 둔화에도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성장률을 5.2%로 전망했다.

이는 인도의 5.9%보다는 낮지만 1% 미만의 성장이 예상되는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보다는 훨씬 앞선 수치다.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우려를 의식한 듯 중국 경제의 건재함을 강조했다. 그는 "중국 경제는 강한 회복력, 엄청난 잠재력, 큰 활력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의 거대한 배는 계속해서 파도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