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수사단장 "국방부 검찰단 수사 명백히 거부…외압 느껴"
◆…고(故) 채수근 상병 수사와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채수근 상병 사건과 관련해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이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축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며 검찰단의 수사를 거부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저는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명백히 거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은 적법하게 경찰에 이첩된 사건서류를 불법적으로 회수했고, 수사의 외압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국방부 예하조직으로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라며 수사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제가 할 수 있는 수사에 최선을 다했고 그 결과를 해병대사령관, 해군참모총장,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대면보고했다"며 "그런데 알 수 없는 이유로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수사외압과 부당한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가 왜 오늘 이 자리에 와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시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해병대는 충성과 정의를 목숨처럼 생각하고 있고 저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 전 수사단장은 "저는 정치도 모르고 정무적 판단도 알지 못한다"며 "다만 채수근 상병 시신 앞에서 죽음에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날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박 대령은 지난 8월 1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한 통화를 언급하며 "법무관리관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으로 (혐의를) 한정해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 직접 물에 들어가라고 한 대대장 이하를 말하는 것이냐'라고 물었더니, 법무관리관이 '그렇다'고 했다"며 "그것은 협의의 과실로 보는 것이다. 나는 사단장과 여단장도 사망의 과실이 있다고 보고 광의로 과실 범위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관리관이)'어차피 수사권은 경찰에 있으니 경찰에서 수사해 최종 판단하면 될 것 아니냐'고 했다"며 "법무관리관에게 '지금 하신 말씀은 외압으로 느낀다. 제3자가 들으면 뭐라 생각하겠나. 이런 이야기는 매우 위험하다. 조심해서 발언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대변인실은 이날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수사거부에 대한 국방부검찰단 입장'을 내고 "박 전 수사단장의 오늘 수사 거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방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어 군의 기강을 훼손하고 군사법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국방부검찰단은 강한 유감을 표하며, 향후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