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재활용 폐기 신사업을 구축한 이호식 관세행정관. (사진 서울본부세관)
수입 맥주 열풍으로 수많은 해외 맥주가 수입되고 있다. 다만 짧은 유통기한으로 인해 폐기되는 물량이 상당한데, 그동안 이런 폐기 맥주는 캔과 병에 담긴 채 그대로 소각되어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어 왔다.
최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과 정부 등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은 이러한 맥주 폐기 과정을 개선해 우리나라의 녹색 경쟁력을 높이는 데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조세일보는 '주류 재활용 폐기 신사업'을 만들어 폐기물의 재활용 비중을 높이고, 폐기 맥주의 원액을 이용한 수질정화 방안도 마련한 이호식 관세행정관을 만나 그 과정에 대해서 들어봤다.
조세일보는 '주류 재활용 폐기 신사업'을 만들어 폐기물의 재활용 비중을 높이고, 폐기 맥주의 원액을 이용한 수질정화 방안도 마련한 이호식 관세행정관을 만나 그 과정에 대해서 들어봤다.
Q1.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지난 2002년에 공직에 임용된 이후 21년째 관세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호식 관세행정관이라 합니다. 주류 재활용 폐기 신사업 업무를 했던 지난 2016년부터 2023년 초까지 서울본부세관 권역인 성남세관에서 근무했습니다. 지금은 구로지원센터에서 수출입화물 검사비용 지원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Q2. '주류 재활용 폐기 신사업'을 만드셨다고 하는데, 어떤 사업인가요?
수입 맥주 열풍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맥주가 수입되면서 맥주 수입량이 증가했습니다. 다만 제조 후 1년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으로 소비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물량이 상당해, 지난 2022년까지 6년 동안 약 7만톤에 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관세청은 수입 물품에 대한 개별소비세와 주세 등의 환급에 관한 고시에 따라 수입 주류를 폐기하면 수입할 때 납부했던 주세와 교육세 등을 환급해 주고 있습니다. 이에 수입업체가 세관에 폐기 신청을 하면 세관 직원은 현장에 가서 폐기 사실을 확인하고 세금을 환급해 줍니다.
◆…기존 수입맥주 폐기방법 소개. (출처 관세청 유튜브 채널)
지난 2017년 6월, 제가 주류 폐기장에 직접 가보니 캔·병에 담긴 맥주를 상자째로 소각하고, 잔재물로 남은 알루미늄과 유리는 수도권 매립지에 매립하고 있었습니다. 불에 타지 않는 물질을 소각로에 넣어 폐기하다 보니 미세먼지 및 다이옥신이 대량 발생하는 등 심각한 환경오염을 발생시키고 있어 폐기 방법을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료들과 폐기 맥주를 소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폐기할 수는 없을지 토론하면서 내용물과 포장 용기를 분리해 각각 재활용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개선방안에 맞는 업체를 찾으려고 한국환경공단을 방문해 문의하니, 우리나라에 맥주 등 내용물이 들어있는 음료 등을 따로 분리해 폐기할 수 있는 전문업체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한국환경공단에서 입수한 업체 자료를 바탕으로 비교적 규모가 있는 재활용 업체들과 접촉해 세관 개선방안의 실현 가능여부를 물었으나 대부분 업체가 손사래를 쳤습니다. 다행히 지난 2018년 초 경기도 소재의 한 업체만 신사업을 추진해 보겠다며 관련 장비를 새롭게 제작했고, 시범운영 과정을 거쳐 그해 4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했습니다.
◆…캔맥주가 압축되면서 맥주 용액이 따로 분리 배출되고 있다. (사진 서울본부세관)
그 결과, 폐기 맥주를 용기와 맥주 원액으로 분리해 용기는 유리 및 알루미늄 원료로, 원액은 퇴비 첨가물로 재활용하는 방안을 국내 최초로 민관협력을 통해 만들어 수입업체에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재활용 폐기 대상을 수입 맥주뿐만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난 모든 주류 및 음료 등으로 확대했고, 전문 재활용 폐기업체도 수도권(3개 업체)을 중심으로 경남지역까지 운영되는 등 전국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Q3. 폐기 맥주의 재활용 가치를 높이기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셨다고 하는데 이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지난 2020년 6월부터 대량 폐기되고 있는 맥주 원액을 '수질 정화용 유기탄소원'으로 활용하고자 해외사례 및 관련 연구논문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에탄올을 수질 정화용 유기탄소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단의 연구논문을 발견했습니다. 수질 정화용 유기탄소원은 수질을 개선하는 미생물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말합니다. 공단에 의뢰한 결과 소량의 실험실 규모에서 맥주 원액의 수질정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침출수(쓰레기 매립장에서 나오는 오수) 처리공정에 대량으로 투입해 연구한 국내·외 사례가 없기 때문에 실증 실험이 필요했습니다.
◆…폐기되는 맥주 원액을 이용해 만든 유기탄소원 저장조. (사진 서울본부세관)
이러한 실증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생활폐수 및 산업 폐수 공정에 투입해 수질 정화용 물질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기탄소원 기준 규제 완화를 제안했고 2023년 3월 입법 예고돼 관련 규정의 개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행한다면 폐기 맥주를 수질 정화용 유기탄소원으로 활용한 세계 최초 사례가 될 것입니다.
Q4. 과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A. 수입업체가 진행하는 주류 폐기 현장의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더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지역 폐기업체 등을 수색했지만 마땅한 업체가 없었습니다. 환경공단에도 직접 가서 문의했지만, 수입 맥주병과 캔이 들어있는 맥주를 따로 분리해서 캔과 병은 파쇄해서 버려야 하는데 이를 전문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업체가 우리나라에는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용물과 포장 용기를 분리할 수 있을까 연구도 많이 했습니다. 경기도에 있는 수많은 폐기 업체를 직접 찾아다니면서 새로운 분리 재활용 폐기방안을 제안했지만 대부분 거절했습니다. 그러던 중 경기도 한 업체로부터 새로운 폐기방안을 검토해 보겠다는 연락을 받고 직접 만나 여러 차례 설득해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재활용 인프라 및 제도가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개별 경제주체인 수입업체와 폐기업체 등이 오랜 관행을 스스로 개선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적극적으로 폐기 현장을 발로 뛰며 민간의 관행을 친환경으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Q5. 이에 따라 어떤 성과를 거두셨는지 궁금합니다.
◆…이호식 관세행정관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서울본부세관)
A. 우선 공무수행 중 발견했던 민간의 소각 관행을 주도적으로 개선해 불연성 물질 대량 소각에 따른 대기오염(미세먼지, 다이옥신) 발생을 근본적으로 제거해 국민건강과 환경보호에 적극 기여했다는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폐용기를 알류미늄, 유리 원료로 재생해 2022년 말 기준 약 32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으며, 폐기비용도 절반으로 줄어들어 기업들이 5년간(2018년~2022년) 약 129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폐기 방법개선으로 기존에는 월 최대 20~40톤만 가능했던 폐기 처리가 월 최대 1300톤까지 가능해졌습니다. 신속한 폐기로 업체는 창고 보관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환급도 신속히 진행되어 기업 경영난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Q6. 성공적으로 과업을 달성하셨는데, 소감 부탁드립니다.
A.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탄소중립을 진행하고, 국민들도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환경문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ESG 경영이 확산하면서 기업 운영에 있어 친환경은 필수가 됐습니다. 정부, 공공기관에서도 부처 간 벽을 허물고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합쳐서 환경문제에 공동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앞으로도, 관세청 본연의 업무를 하면서 국민 안전확보 및 환경보호에 도움이 되는 노력을 지속해 전개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도 주위에 작은 일부터 실천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