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징수' 특명 받은 국세청.. 일선 현장 반응은?

세수 부족으로 비상등 켜진 정부.. 국세청에 체납 징수 강화 주문

지방청 중심으로 운영하던 '체납추적전담반' 일선으로 확대

일각에선 '실효성 없다' 지적

세수 문제가 아니라 형평성 차원에서 봐야한다는 주장도

정부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과세관청에 체납된 세금을 적극적으로 걷어 볼 것을 주문했고, 특명을 하달 받은 과세관청은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마른 수건을 어떻게든 쥐어 짤 수는 있겠지만, 완전히 말라버린 수건에선 물 한방울 얻기도 힘들다는 것. 현실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5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양대세입기관인 국세청과 관세청의 수장을 불러 체납세액 관리 현황을 보고 받고 향후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체납액이 100조원이 훌쩍 넘으니, 최대한 걷어보라는 것이 이날 추 부총리 발언의 요점.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첨단 재산은닉 수법, 변칙적 조세회피 대응을 위한 기관 간 원활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탈세·체납 근절에 앞장선 일선 세무·관세 공무원들에게는 기관 차원의 격려·보상을 확대할 것 등을 당부했다.

올해부터 국세청은 7개 지방국세청 산하 19개 세무서에 '체납추적전담반'을 추가 편성해, 강도 높은 체납정리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작년 지방국세청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체납추적 전담조직을 8개 세무서(종로, 서대문, 동안양, 분당, 창원, 북대전, 광주, 동대구)에 시범 도입했는데, 이를 올해 19개 세무서로 확대한 것. 국세청은 내년까지 30개 세무서로 전담조직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 업무가 보통 일반적인 체납관리, 압류, 강제징수 등인데, 체납추적전담반은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재산 은닉 체납자에 대해 추적 전담을 하기 위해 신설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일반적인 체납관리 업무를 하면서 추적업무를 병행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 분리되는 게 좋을 수 있다"라며, "악의적인 체납자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진행하게 되는데, 소송 건수가 상대적으로 늘어서 작년에 이어 올해 19개 관서로 확대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세수결손 문제 해결에는 큰 도움 안 돼"
"전담 직원들 부담 상당.. 체납업무 오래하면 피폐해져"
"실효성 아닌 형평성 문제로 접근해야"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반응은 영 시원치가 않다. 상징적인 조치일뿐, 세수 결손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세무서 체납징세과장은 "체납추적전담반은 실질적인 체납액 징수가 목적이라기 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라며 "아무래도 세수가 덜 걷히고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보니 체납업무를 강화하라는 것인데, 돈을 숨긴 사람이라면 모를까 정말 돈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받을 수가 없는 게 체납"이라고 했다.

다른 세무서 관계자도 "매번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경기가 좋을 땐 세금이 잘 걷히니 상관없지만, 경기가 안 좋아지면 적극적으로 건드리는 것이 체납"이라며 "체납징세과 직원 중에 2~3명 정도를 따로 빼서 체납추적업무에 집중 투입한다고 해도 비약적으로 세입이 늘어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체납자들 중에는 실제 악성체납자도 있지만, 정말 힘들어서 못내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무작정 체납자들을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은 세무서뿐 아니라 국세청 본청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본청 징세과 관계자는 "체납전담팀을 만들어도 실적이 몇 배로 뛰긴 어렵다"면서 "그동안 세무서 전체가 4건 정도 하던 것을 2명이 집중 전담해 1인당 4건 정도 소화한다고 보면 된다. 전담팀은 그동안 바빠서 못하거나 지나쳤던 것을 들여다보는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전국 133개 세무서 중 일부만 진행하기 때문에, 뚜렷한 성과가 나오기까지 시간도 꽤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지방청 관계자는 "고액 체납자들은 지방청에서 담당하고, 세무서는 업무 난이도를 감안해 소액의 체납자들을 위주로 배정하려 한다"며 "아직 실적을 파악하는 단계는 아니고 연말은 돼야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체납추적 업무를 전담으로 맡게된 직원들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세무서 직원은 "2명이서 악성 체납인들을 발굴해 성과를 내야 하는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더해 다른 직원들이 2명의 기존 업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 추적 업무에서 성과를 내지 않으면 다른 직원들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다른 직원은 "체납 관련 업무를 오래 하면 사람이 피폐해진다"며 "기본적으로 업무 성격이 나누는 게 아니라 가져와야 하는 만큼 불편하기도 하고, 안 내려는 사람을 내게 하려면 심적으로 힘들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세수부족 문제와 별개로 체납추적전담반을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장의 세수 확보에 대한 실효성을 떠나 형평성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조직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한 세무서 직원은 "체납추적전담반이 세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확대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세수 부족 때문이 아닌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는 다른 납세자들을 위한 형평성 차원에서 당연히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나오지만 체납액을 전담해 징수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는 것이다. 지방청에서만 하던 걸 일선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인식을 한 것 자체가 다행이고, 꼭 필요한 일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