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수험생 "윤 대통령 수능 발언에 대혼돈…제발 가만히 좀 있어달라"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수학능력시험(수능)과 관련해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분야의 문제는 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밝혀 수능을 5개월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한 고3 수험생의 댓글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21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수능 발언 관련 뉴스 댓글에 자신을 "현역 고3 수험생"이라고 밝힌 글쓴이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금 위대하신 윤석열 대통령님의 저 발언 덕분에 저희 수험생은 대혼돈에 빠졌다"며 "제대로 아는 것도 하나 없으면서 뭘 하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지 저는 전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대표적으로 국어 영어 영역의 독서 파트)는 사교육을 장려하기 때문에 출제를 배제하라고 말하는데, 독서 파트는 수능 전체에서 사교육이 가장 필요 없는 파트 중의 하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독서 교과목의 학습 목표만 살펴보면 수능 독서 파트는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가 아님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킬러 문제의 출제를 배제한다고 하는데, 킬러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수학·과학 영역에서 킬러 문제를 없애버리면 애초에 변별력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킬러 없이 변별력을 가리려고 한다면 기존에 출제되는 비킬러, 준킬러 문제들이 어려워지고 무엇보다 계산 과정이 훨씬 더럽고 복잡해질 건데, 이런 변화는 기존의 킬러 문제보다 수능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다"라고 꼬집었다.

글쓴이는 "제일 큰 문제는, 변화를 할 거면 유예기간을 두고 해야 할 건데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당장 9모(9월 모의고사)랑 수능부터 적용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수능 대비하려고 12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저희는 뭐가 되느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윤석열이 저런 주장을 펼치고 있는 목적은 사교육으로 인해 발생한 교육 격차의 해소이나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저희에게 큰 사교육의 부담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주요 인강 사이트들은 1년에 30만~40만 원 정도만 내면 모든 강의를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는 패스 요금제를 시행 중이고 학원은 수능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지난번부터 5살 초등학교 입학이며, 주 69시간 근무며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무슨 변화를 취하겠다고 계속 뻘짓을 하는데 제발 가만히 좀 있어달라"면서 "우리나라에서 제일 영향력 있는 대통령씩이나 돼서 그러고 있으면 사회에 혼란만 야기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글쓴이의 주장처럼 윤 대통령의 교육 관련 발언이 나올 때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고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강행한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일 대통령실은 올해 수능의 '킬러문항' 배제는 이미 3개월 전부터 예고했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한 고위관계자는 "교육부가 올해 수능 시행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문제를 출제하겠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6월 모의평가에 또다시 킬러 문항이 등장했고,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언급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가 전혀 아니고 기존 원칙을 재확인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