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하면서 국세청에도 체육대회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몇 년 간 열리지 못했던 체육대회가 마스크 해제와 함께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모습이다.
힘든 업무와 민원인에 치여 정신없이 보내는 일상 속에서, 동료들과 친목을 다지고 머리를 식힐 수 있는 행사인 만큼 일부 직원들은 벌써부터 기대에 찬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말이 체육대회지 체육대회 풍경은 예전과 사뭇 달라졌다. 여직원의 비중이 늘면서 남직원이 즐겨하던 축구 등 격렬한 종목은 체육대회에서 대부분 사라졌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종묵으로 변화되고 일부 세무서나 지방청은 산보로 체육대회를 대신하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한 세무서 직원은 "축구나 줄다리기 같은 역동적인 단체 경기 보다 최근엔 여성 직원들도 참여할 수 있는 '병뚜껑 멀리 날리기', '물병 던져서 세우기' 등 소소한 경기들로 체육대회를 진행한다"며 "볼링장과 같은 관내 체육시설을 이용해 모든 직원들이 참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체육대회 예산 어디갔나.. "국세청장, 소통 중요시 하더니"
체육대회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체육대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들은 동료 직원들과의 '소통' 부족 문제를 꼽았다.
서울의 한 세무서장은 "최근 신규 직원들과의 개인 면담도 진행하고 돌아가면서 점심식사도 매일 하는데,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며, "심지어는 같은 세무서 직원들끼리도 서로가 누군지 모르는 상황이라 체육대회 같은 단체 행사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직원은 "국세공무원들은 특히나 악성민원인들에게 시달리는 것이 일상인 만큼, 체육대회 같은 행사로 의지될 수 있는 직원들을 사귈 기회가 꼭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체육대회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은 체육대회를 할 만한 돈과 시간이 없다고 했다.
굳이 직원들과 알고 지내야 하냐는 직원들도 적지 않은 만큼 이런 의견을 반영해 아예 체육대회를 진행하지 않으려는 세무서도 있다.
한 세무서 과장은 "요즘엔 직원들이 싫어해서 회식도 못하는데 체육대회가 웬 말이냐"며, "근무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에 진행하는 것을 꺼려 하는 직원들이 대부분이고, 주말에 부르는 건 갑질이라 생각해서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예산이 부족하면 보통 서장이나 과장들이 돈을 모아서 내는데, 이것도 요즘 같이 어려운 시기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신규 직원들한테까지 돈을 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 세무서장은 "작년에는 진행 비용이 없어 직접 사비를 충당해 행사를 진행하기까지 했다. 지갑 사정이 괜찮을 땐 물론 서장으로서 비용을 낼 수 있지만 매번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내기는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렇듯 몇몇 세무서는 체육대회 예산이 배정이 안 되고 있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보통 체육대회 예산은 지방청 기본경비 예산에서 배정되는데, 기본경비 예산이 계속해서 줄어들자 지방청에서도 따로 체육대회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 세무서 직원은 "코로나19로 인해 체육대회가 한동안 열리지 않자 체육대회 예산이 사라진 것으로 들었다"며 "마스크 해제된지도 꽤 지났는데 선제적으로 예산을 편성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김창기 국세청장이 함께 일하는 동료 간에는 서로 배려하는 따뜻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는데, 직원들이 친목을 다질 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의 예산이 사라진 것은 의아하다. 다시 예산이 생겨 직원 간 친목과 소통을 다질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