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금전사고 약 1100억원… 은행에서만 897억 '압도적'

윤창현 의원, 금감원으로부터 금전사고 현황 자료 받아

'횡령·유용' 814억 최다… 배임·사기도 각각 244억원, 39억원에 달해

금융당국, 금융범죄 근절 위해 '내부통제 체계' 강력 추진 의지 밝혀

지난해 은행 등 금융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면서 고액의 성과급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내부통제 실패로 횡령 등 금전사고액이 1100억원에 육박했다는 자료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내부통제 강화를 강력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사기·배임·횡령 및 유용·도난 및 피탈 등 금전사고는 총 49건에 1098억2000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금전사고 유형별로는 횡령·유용이 814억원(30건)으로 가장 많았다. 배임(4건·244억원), 사기(12건·39억원), 도난 및 피탈(2건·2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897억6000만원(28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증권과 저축은행이 각각 100억7000만원(6건), 87억1000만원(6건) 순이었다. 이밖에 손해보험 10억8000만원(5건), 생명보험 1억9000만원(3건), 카드 1000만원(1건)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은행권의 경우 우리은행이 709억5000만원(7건)으로 가장 컸다. 우리은행의 전 직원이 문서위조를 통해 700억원대 횡령 사건을 일으킨 영향이 컸다. 유형별로 횡령, 사기가 각각 701억3000만원(5건), 6억6000만원(1건)이 있었으며, 도난·피탈도 1건(1억6000만원)이 있었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대출 담당직원의 작업대출 배임으로 149억7000만원(3건)의 금전사고가 발생했다. 배임(149억5000만원)과 사기(1000만원), 도난·피탈(1000만원) 각 1건씩이다.

이어 하나은행이 사기와 배임 1건씩 및 횡령·유용 3건 등 총 15억2000만원, 부산은행이 횡령 1건으로 14억9000만원, 신한은행이 사기 3건 및 횡령·유용 4건 등 총 6억1000만원 등이었다.

증권사의 경우 하나증권에서 2건의 배임으로 88억1000만원, 삼성증권에서 2건의 사기로 7억9000만원, 신한금융투자에서 1건의 사기로 3억4000만원, 미래에셋증권에서 1건 사기로 1억3000만원 등의 금전사고가 나는 등 총 100억7000만원 규모의 금전사고가 있었다.

생명보험은 미래에셋생명보험과 신한생명보험이 각각 1건, 2건씩의 횡령·유용이 발생했으며 금액은 각각 1억7000만원, 2000만원을 기록했다.

손해보험은 KB손해보험이 횡령·유용 1건으로 6억3000만원, 흥국화재해상보험이 배임 1건과 횡령·유용 1건으로 2억5000만원, 농협손해보험이 횡령·유용 1건으로 2억원 등이다.

저축은행에서는 총 87억1천만원 규모의 금전사고가 발생했다. 모아저축은행과 한국투자저축은행이 각각 횡령·유용 1건으로 58억9000만원, 15억4000만원 규모의 금전사고를 겪었다. 페퍼저축은행(2억9000만원)과 오케이저축은행(1억6000만원) 역시 횡령·유용이 1건씩 발생했으며 예가람저축은행(6억3000만원)과 고려저축은행(2억원)에서는 사기가 1건씩 발생했다.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으면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은행 지주 그룹 전반의 내부통제 체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 대책 마련을 시사했다. 이에 금감원은 경영 실태 평가 때 내부통제 부문의 평가 비중을 확대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금융권도 이 같은 금융범죄 발생을 근절하기 위해 자체 내부통제 체계 개선 등 혁신적 방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임종룡 신임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 24일 취임사에서 "조직에 부족하거나 잘못된 관행이 있는 분야는 과감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전부터 내부 TF를 구성해 그동안 지적을 받아온 내부통제 문제 등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실천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농협은행도 이석용 행장을 비롯한 임원·집행간부 등이 모여 임직원들이 반드시 실천해야 할 3가지 항목과 근절해야 할 3가지 항목을 담은 '3행 3무 실천운동' 서약서를 작성했다. 참석자들은 실천해야 할 3행(行)으로 청렴·소통·배려)와 근절해야 할 3무(無)로 사고(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및 횡령금지)·갑질(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남용 금지)·성희롱(상대방에게 불쾌한 성적인 언행 금지) 등 내용에 합의했다.

이 외 금융사들도 이 같은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