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 위한 ‘소액생계비대출’ 시작... ‘소액·고금리’ 문제는 어쩌나?

불법 사금융피해 예방 목적... 연 15.9%-최대 100만원 실효성 논란

조건 충족시 최저 연 9.4% 적용되지만, 고금리 논란은 여전히 나와

금융위 "신용도 높은 타 차주와 형성성 문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대출을 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이 27일 출시됐다. 불법 사(私)금융으로 내몰리는 차주가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지만 '소액'에 '고금리' 대출이란 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1일 취약계층을 위한 '소액 생계비(긴급생계비) 대출 상품'을 27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22일부터 접수한 서민들 대상으로 이날부터 본격 대출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번 긴급생계비 대출은 취약계층의 불법 사금융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100만원 한도로 금융연체 이력을 불문하고 신청 당일 즉시 대출해주며, 지원 대상은 만 19세 이상 성인으로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간 소득 3500만원 이하인 경우가 해당된다.

자금용도는 생계비 용도로 제한된다. 자금 용처에 대한 증빙은 필요 없지만 대면상담을 통해 '자금용도와 상환계획서'를 징구한다. 만기는 기본 1년이다. 이자 성실납부 시 본인의 신청을 통해 최장 5년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대출연체 이력이 있거나 증빙을 통한 소득 확인이 안 되는 경우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 세금 체납과 대출·보험사기·위변조 등에 연루되지 않으면 대부분 대출이 가능하다.

신용여건이 개선된 경우는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햇살론15 등 대출한도 등 조건이 유리한 상품으로 연계 지원도 가능하다. 중도상환수수료 없이 언제든지 원금을 상환할 수 있고, 만기 일시상환 방식으로 만기 도래 전까지 매월 이자만 납부하면 된다.

◆ 금리 연 15.9%... 금융위 "성실상환시 9.4%까지 내려가" 긴급생계비 대출금리는 15.9%에서 시작된다. 성실상환 시 최저 연 9.4%까지 낮아지는 구조지만 취약계층에 대한 정책대출의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상품의 경우 최초 15.9% 금리로 시작해 6개월 성실상환 시 3%포인트를 우대해 12.9%까지 내려주고, 1년 상환 시 9.9%까지 금리를 낮춰주는 식이다. 여기에 금융교육을 이수해 0.5%포인트까지 우대받으면 최저 연 9.4%의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게 된다.

신용여건이 개선될 경우 연 9.4%까지 대출금리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현재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및 대부업 평균금리가 15% 내외이고, 서금원이 100% 보증하고 수요가 높은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도 15.9%의 금리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불법 사금융 피해를 막겠다며 긴급생계비 대출을 시행한다지만 실효성이 담보되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라며 "실험적 성격이 있다지만 금리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우려했다. 1인당 1회 100만원인 소액 대출한도에 연 15.9%의 고금리가 적용되는데다가 복잡한 제출서류도 많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금융위는 만약 낮은 금리로 긴급 생계비대출을 할 경우, 다른 정책금융상품이나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서민들과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의 최저 금리는 한 자리수인 9.4% 수준"이라며 "여타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경우 4년간 6%포인트 인하해주는 것과 달리, 이 상품엔 성실상환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해 1년만에 6%포인트 금리를 인하해 지원한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대부금융협회가 지난해 총 6712건의 불법사금융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연환산 평균 금리는 연 414%에 달하며, 평균 대출금액은 382만원에 이르는데, 이러한 살인적 고금리 피해를 입지 않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소액대출로 일부 흡수한다는 설명이다.

◆ 사전 예약 첫날부터 신청자 '폭주'... 금융위, 신청 방법 변경 한편 긴급생계비 대출을 위한 첫 상담 예약 신청은 지난 22일부터 주단위 사전 예약을 받았다. '매주 수~금요일'에 '차주 월~금요일'의 방문상담 일자를 선택해 예약하는 방식이었다. 초기 혼잡 방지를 위해 택한 조치였다.

하지만 신청 첫날부터 신청자가 몰리면서 서금원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는 등 큰 혼잡이 벌어지자 금융위는 신청 방식을 매주 수~금요일 동안 향후 4주간 사전 예약을 접수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첫 상담신청 사전예약을 받은 결과 24일 오후 2시 기준 약 98% 수준 예약이 접수됐다. 오는 29~31일에는 다음달 3~21일 예약 미접수 건 및 취소 건과 다음달 24~28일 신규 상담신청을 예약을 받을 예정이다.

사전예약을 했다면, 전국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46개)를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지출용도·상환의지 등 차주 상황에 대한 상담을 받아야 당일 대출이 실행된다. 방문·대출상담 시에는 신분증, 대출금 수령용 예금통장 사본(본인명의)을 지참해야 한다.

유재훈 금융소비자국장은 "불법사금융에 넘어갈 위험에 처한 분들을 위한 실험적 제도"라며 "대상·신청자가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렵고 일부 도덕적 해이도 있을 수 있지만 어려운 이들에게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실패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오늘부터 본격적인 상담이 실시되는 만큼 대출상담 뿐만 아니라 채무조정, 복지제도, 일자리연계 등 복합 상담이 내실있게 이뤄지도록 만전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