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로 당분간 '유동성 리스크'가 금융시장 화두될 듯"

미 연준, 3월 25bp 인상할 듯... 다만 올해 금리 인하 전망은 '과도한 기대'

한화투자證 "SVB 사태, 금융위기 이후 레버리지 늘려온 영향"

"SVB Case 은행 비율 10.8% 정도... 유동성 리스크가 시장 변동성 키울 것"

"다음주 25bp 인상 유력...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당분간 유동성 리스크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이며, 아직 물가가 높아 현재 선물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과도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화투자증권 김수연 마켓애널리스트는 15일 미국 내 지역은행과 같은 중소형은행들의 고객 예치금 감소가 크다는 점을 들어 유동성 리스크는 SVB 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날 시황분석 보고서를 통해 "지역은행과 같은 중소형은행들은 2018년 트럼프 정부 때 금융규제가 완화된 이후 레버리지를 늘려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레버리지와 크레딧 리스크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이번 사이클에서 약한 고리는 대형은행이 아닌 중소은행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 상업은행 예치금은 2022년 1분기 18.3조달러로 최대였지만 초과저축이 소진되면서 꺾이기 시작했다"며 "예치금이 빠지는 것보다 은행의 현금성 자산이나 매도가능자산이 크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SVB는 예치금 감소분보다 현금 및 매도가능자산이 더 작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상업은행의 비율, 즉 SVB처럼 예치금 감소가 현금성자산과 매도가능자산 합계보다 큰 은행의 비율은 10.8%로 파악된다"면서 "작지 않은 숫자로 당분간 유동성 리스크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작년 3월 대비 12월 예치금 감소율이 가장 큰 은행은 시그니처, 브로드웨이 파이낸셜, 버지니아 내셔널 은행 등으로 꼽았다. 이들 은행 모두 예치금이 20% 이상 빠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SVB도 같은 기간 예치금이 14% 감소했다.

그는 "작년 3월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되고 초과저축이 소진되면서 은행들은 빠져나가는 예치금을 충당해야 하는데 감소한 예치금보다 현금성자산, 매도가능자산이 크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면서 "SVB는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줄어든 예치금보다 현금성자산과 매도가능자산 합계가 44억달러 더 작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상업은행들 중 시스템적으로 중요하게 분류되는 은행들(G-SIB)로 분류되는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BNY멜론 5개사는 지난 5년간 총자산이 8.9조달러에서 11.4조달러로 27% 늘었고, 그 외 상업은행들의 총자산은 7.8조달러에서 11.5조달러로 49%가 증가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같은 기간 주요 상업은행의 증권과 대출, 예치금이 각각 63%, 8%, 38% 늘어날 때 그 외 상업은행들은 해당 항목이 56%, 47%, 57% 늘었다"면서 "중소은행들의 레버리지가 더 크게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금융규제 완화 이후 레버리지를 더 많이 늘린 은행일수록 지난 1년 금리가 오르는 동안 주가 하락률이 더 큰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한 셈이다. 그 이유는 미 연준은 예치금만 보증해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음주 25bp 인상 유력... 연내 금리 인하 기대는 과도

한편 최근 발표된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6% 오른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높은 물가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연준은 다음주 열릴 FOMC에서 25bp(베이비스텝) 인상을 예상하며 금융불안 우려도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화투자증권 임혜윤 이코노미스트는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미국 물가 상승세가 둔화됐다. 연준 입장에서 보면, 긴축강도 강화까지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2월 미국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6.0%(전월대비 +0.4%),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5.5%(전월대비 0.5%) 상승해 예상에 부합했다.

그는 "금번 물가는 연준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 "주거비를 제외한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보다 더 강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SVB 사태를 계기로 불거진 금융 불안 리스크에 보다 더 집중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임금 상승세 둔화와 더불어 주거비를 제외한 물가 상승압력도 약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주 25bp 인상이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다만 "향후 물가 둔화폭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현재 선물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금리 인하 전망(CME FedWatch: 6월 금리 인하 시작, 올해 75bp 인하)은 과도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