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 참석... 금리·부동산 관련 입장 밝혀
"물가 경로 2% 수렴 확신 전까진 물가 안정 우선... 연말까지 3%대 이를 것"
"부동산 불패신화, 미래에도 이어질 지는 고민해 봐야... 올해 안정세 진입"
금융당국의 은행권 관행·제도 개선 관련해선, 필요성 공감과 우려감 밝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7일 서울 양천구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는 이날 서울 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아직 물가상승률이 4%대 후반이다. 연말까지 3% 수준으로 수렴할지, 또 그때 빨리 내려가지 않으면 금리를 동결할지 더 올릴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물가상승률이 2%로 수렴한다'는 의미에 대해 이 총재는 "물가상승률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물가경로가 2%로 간다는 예측에 확신이 들 때"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지금 목표 물가를 3%로 올리는 것에 대해선 "확고하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는 향후 물가 전망에 대해선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낮아졌는데, 3월의 경우 4.5% 이하로 떨어지고 연말 3%대에 이를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은은 국제 유가가 올해 배럴당 70∼80달러로 유지될 것으로 가정하고 있지만, 중국 경제 상황이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라 유가가 100달러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고, 공공요금 조정도 예정돼 있다"면서 "6월까지는 한은 전망이 맞을 것 같지만 그 뒤엔 이런 변수들을 다시 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이 총재는 부동산투자의 불패신화가 미래에도 이어질지에 대해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른바 '부동산 불패론'에 대한 부정적 견해인 셈이다.
이 총재는 "(국민들 사이에선)부동산 대마불사, 부동산 투자는 꼭 성공한다는 생각이 잡혀있는데, 고령화 등을 고려할 때 과거 트렌드가 미래에도 계속될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을 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젊은 세대를 위한 조언을 묻자 이 총재는 "이자율 등을 생각할 때 젊은이들이 자기 능력에 맞춰 고민하고, 더 신중하게 자산을 운용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올해 부동산 경기가 안정세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2년간 집값이 40% 올랐다가 지난해 19~20% 떨어져 조정 국면인데 한은에선 집값이 너무 빨리 떨어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전세 문제 등 금융 안정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를 보고 있다"면서 "올 1~2월은 집값이 덜 떨어져서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당국이 본격 추진 중인 은행 관행·제도 개선과 관련해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우려도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은행은 면허를 받는 산업이기 때문에 과점 체제 부작용을 막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정부가 개입해 예대금리차 정보를 공개하며 이윤을 성과급보다는 금융안정에 출자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민간 중심의 은행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칫 무리하게 은행 과점 체제를 개선하려다 기존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주게 될 수도 있음을 언급한 셈이다.
이 총재는 은행 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월등히 높은 구조적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예대마진, 이자율 등에 많은 비판이 있는데, 국내 은행 대출의 대부분이 변동금리라서 다른 나라보다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30년짜리 장기 부동산 대출을 고정금리로 내주려면 은행들이 자기 위험 관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국채 20∼30년짜리 선물시장 등이 없어 은행이 리스크 헷지(위험 분산)할 방법이 없다"며 "구조 개선에 한은뿐 아니라 정부도 더 나서야 할 것"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