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이자 장사·돈 잔치' 비판하자.. 금융당국, TF 구성 등 '잰걸음'
尹 "은행, 공공재적 성격"에 은행권 10조원 규모 '사회환원 프로젝트' 내놔
금융위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가동키로... '환전 경쟁화' 유도
◆…정부, 정치권 및 언론, 여론의 '이자장사' 비판에 고립무원 처지에 빠져가고 있는 은행권. 4대 금융지주 사옥 전경 ［각 금융지주 제공 사진 합성］
국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가 최근 작년 실적을 발표했다. 이들 지주회사의 순이익 총합은 약 17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4조8860억원의 최대 순익을 낸 지난해와 비교하면 13%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금리인상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상승으로 사상 최대 수익을 거둔 것이라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결국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중은행들은 대출 금리는 높게 인상하고 예금금리는 조금 올려서 생기는 ‘예대금리 차이’로 수익을 챙긴 것이라는 비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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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까지 나서 은행 '이자 장사' 비판... 금융당국, 관리감독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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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거듭 은행권의 '돈 잔치'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금융·통신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고 정부 특허에 의해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며 "은행은 수익이 좋은 시기에 충당금을 충분히 쌓고 이를 통해 어려운 시기에 기업과 국민에게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며 취약차주 보호를 주문했다.
특히 "우리 은행 산업에 과점의 폐해가 크다"며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감원장에게 실질적인 경쟁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강력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내부 회의에서 '돈 잔치'란 강도 높은 표현까지 써가며 은행권에 대한 비판 의식을 드러내자 금융당국은 즉각 관리 감독 강화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금융위는 비상경제민생회의를 통해 이달 중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겠다고 보고했다.
TF는 은행권이 과점 구도에 기대이자 수익에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토대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상반기 중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은행권 경쟁 촉진과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非)이자이익 비중 확대,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감독원은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깨고 완전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 등 근원적으로 손을 대겠다고 벼르고 있어 향후 발표된 방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날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고액 성과급 논란 등과 관련해 5대 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임원 회의에서 여·수신 등 은행 업무의 시장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효율적인 시장 가격으로 은행 서비스가 금융소비자에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제도와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수신 시장에서 5대 시중은행의 점유율이 워낙 높다 보니 가격 책정 시 과점적인 게임을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5대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참여자들도 들어와 경쟁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예대금리차 이슈 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완전 경쟁을 해야 효율적인 가격이 가능하며 예금·대출 또한 완전 경쟁이 되면 마진이 줄게 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제도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 경쟁 유도 방법으로는 ▲은행 인가를 용도나 목적에 따라 세분화해 소상공인 전문은행이나 중소기업 전문은행 등을 배출하는 방안 ▲기존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 외 인터넷 전문은행을 추가로 허용하는 방안 ▲핀테크 업체의 금융업 진출 확대 방안 등이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시중은행의 '이자장사·돈 잔치' 비난이 커지는 것은 결국 이들 은행 과점 체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완전 경쟁을 유도해 해결해 보겠다는 복안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한 후속 조치인 셈이다. 이에 은행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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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사회공헌 PG 통해 '이익 사회환원책' 내놔... 분위기는 '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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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의 예대마진 차로 인한 막대한 수익 창출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중 한 시중은행의 대출예·적금 금리 현황판 모습［사진=연합뉴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먼저 은행권은 공동 사회공헌사업 자금을 활용해 저소득·저신용자 등에 3년간 약 3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취약계층이 불법 사(私)금융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1500억원을 긴급생계비 지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신용회복위원회 등을 통해 채무를 성실히 상환중인 서민들을 위해 900억원을 저금리 소액대출 재원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중소기업의 자금애로와 금융비용 부담을 해소하기로 했다. 1600억원을 중소기업보증 재원 등으로 활용하고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회 취약계층 등을 위한 보증사업 및 은행권 사회공헌플랫폼 뱅크잇을 통한 공익사업 목적으로 1000억원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은행권은 신·기보 특별출연 확대를 통해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3년간 약 3조원 추가 지원을 한다.
농협·신한·우리·하나·국민은행 등 5대 은행은 공적 보증기관에 대한 특별출연금을 기존 연간 약 2600억원에서 약 3200억원으로 연간 600억원~700억원 증액해 향후 3년간 공급한다.
은행권은 서민금융 공급을 대폭 확대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감시킬 방침도 세웠다.
새희망홀씨 등 은행권의 서민금융상품 공급을 기존 목표(연간 6조4000억원)보다 매년 6000억원씩 확대한다.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차주 지원을 위해 제2금융권 고금리 신용대출을 은행권 대출로 대환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의 고금리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은행권 추가 보증재원 약 800억원을 출연하고 은행별로 저금리대환 및 저신용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통해 취약차주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권은 향후에도 적극적인 사회환원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은행권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판 수위가 높아지는 데 대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이익 창출에 따른 성과급 지급과 희망퇴직 프로그램 운영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대통령의 '돈 잔치' 발언에 금융당국의 공세가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민간기업의 성과급 제도와 희망퇴직 프로그램과 비교해 은행의 성과급이나 희망퇴직금 수준이 높지 않음에도 '공공재 성격', '사회공헌 확대' 등 사유를 들어 내부 노조와의 노사합의 내용 등을 고려해 주지 않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내부의 자율적이고 정당한 경영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고, 노조와의 합의를 거쳐 확정된 성과급 제도"라며 "매년 노사쟁점이 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합의된 내용인데 이점이 간과되는 것 같아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행의 공공성 성격이 있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일해 성과를 낸 내부직원들의 처우 개선도 중요한 문제"라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할지에 대해서는 금융당국과 협의를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물론 언론과 여론에서 은행권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데 대해 억울하다는 속앓이를 하면서도 현재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은행권은 점차 '고립무원(孤立無援·고립돼 구원 받을 데가 없음)'으로 빠지는 형국이다.
